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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 들고 등교해라” 포항 장성초의 황당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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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 들고 등교해라” 포항 장성초의 황당한 주문

입력
2017.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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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후 첫 등교날인 29일 학생 100명 가까이 결석

정신과 진료 확인돼야 출석 인정 방침에 학부모 반발

경북 포항 장성초가 29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학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수업을 재개한 가운데 건물을 에워 싼 펜스 사이로 한 어린이가 안전모를 들고 등교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장성초가 29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학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수업을 재개한 가운데 건물을 에워 싼 펜스 사이로 한 어린이가 안전모를 들고 등교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초가 지진 발생 후 응급복구된 포항지역 초중고 107곳 중 가장 늦은 29일 등교를 재개했으나 ‘안전모를 준비하라’는 황당한 주문으로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학생들은 건물보강 공사 흔적 투성이인 학교 건물을 줄행랑치듯 들어갔고, 결석 학생도 100명에 육박해 복구 공사 중인 학교 측의 졸속 안전대책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10분 장성초 교문 앞. 학생들은 교문을 들어서다 학교 건물을 병풍처럼 둘러싼 안전펜스에 멈칫했다. 건물에는 일부 벽돌에 금이 가고 콘크리트와 마감재가 떨어져나가 철골이 드러난 곳도 있었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건물로 들어선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면서도 이리저리 주변을 살폈다. 학교의 주문대로 손에 안전모를 들고 등교하는 학생도 여러 명 눈에 띄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고모(6ㆍ1년)군은 “학교가 너무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고, 박모(11ㆍ6년)양도 “마치 공사장에 온 것 같다”며 “교실에 들어가도 되는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교문에서 자녀의 등교를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모(42)씨는 “학교가 저 정도일 줄 몰랐다”며 “아이가 가뜩이나 지진으로 많이 놀랐는데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성초는 당초 27일 학생들을 등교시킬 방침이었지만 복구 공사가 늦어지면서 한 차례 연기했다. 학교 측은 알림장을 통해 ‘공사장 주변 절대 접근 금지’, ‘안전모 준비하기’ 등을 주문했다.

이에대해 상당수 학부모는 학교 측의 안전대책이 부실한 것으로 보고 이날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았다. 29일 장성초에 따르면 이날 전교생 626명 중 85%인 530여명만 등교했다. 1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았고, 등교생도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학교에 온 경우도 많았다.

이날 등교거부는 27일 수업 재개와 학교 상황을 학부모에게 전달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도 예견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학부모 최모(45)씨는 “흥해초는 안전한 주변 학교로 분산 배치해 수업을 재개했는데 복구공사가 덜 된 장성초만 학생을 등교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옛 포항시청사 앞에 최근 폐교한 옛 중앙초 건물도 있는데 왜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인근 창포초와 두호초도 건물이 파손돼 분산배치가 어려웠고 외관상 벽돌이 많이 파손되긴 했지만 구조물은 안전한 것으로 진단됐다”며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수업 재개 의견도 많아 등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등교 거부의 가장 큰 이유가 안전대책 미비인데도 불구하고 “지진 트라우마 등 이유로 출석하지 않더라도 최대 다음달 15일까지 결석처리 하지 않겠다”고 밝혀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다. 또 출석 인정 조건으로 정신과 및 상담센터 진료 확인서를 요구, 학부모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성초 건물 외관이 지진으로 부서져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성초 건물 외관이 지진으로 부서져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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