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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 옷차림 보러… 하루 1200명 클릭

입력
2014.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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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엔 빨강 金요일엔 금색 계열

그날 입은 의상 매일매일 올려

양복점 주인 철학 담긴 블로그 인기

블로거 박치헌씨가 자신의 블로그와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블로거 박치헌씨가 자신의 블로그와 패션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치헌씨가 운영 중인 패션 블로그.
박치헌씨가 운영 중인 패션 블로그.

블로그 테마는 패션. 하루 평균 방문자수 1,200여명. 패션 분야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 중인 이 블로그(http://blog.naver.com/peopleteria)의 주인은 닉네임 ‘불량소년’ 박치헌(59)씨다. 닉네임에는 ‘외모는 다소 불량하나 소년과 같은 마음을 갖고 산다’는 뜻을 담았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블로거는 으레 등산이나 꽃을 주제로 한 사진을 주로 올릴 것’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깬 이 블로그는 문을 연지 1년 만에 총 방문자 수 27만 명, 2년 만에 60만 명을 돌파했다.

대구에서 부인과 함께 맞춤 양복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지난 2011년 가게 홍보도 하고 ‘요즘 세대’들의 소통 방식을 직접 접해보고자 블로그 문을 처음 열었다. 대문에는 ‘멋은 내는 게 아니라, 알고 답습하고 가지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았다.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일상을 블로그에 공개했는데, 매일매일 그날 입은 의상 사진과 컨셉트 설명을 함께 올리는 ‘데일리 룩’은 고정팬까지 생겨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물론 초반에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고전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포스팅(블로그에 사진이나 글 등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부탁해 겨우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수준이 됐다. “아직 독수리 타법을 못 벗어나서 포스팅 하나에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도 전혀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제 하루 일과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마무리 합니다.”

데일리 룩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있다. “월요일은 보통 사람들이 피곤해하고 힘들어하는데 혼자 밝은 색을 입으면 너무 튈 것 같아 비교적 침착한 색으로 한 주를 시작하도록 하죠. 화요일은 불화(火)자가 들어간 날이니까 빨간색 계열을, 금요일은 금색이나 은색계열의 화려한 옷을 골라 입습니다.” 의상 선택은 부인의 도움 없이 박 씨가 결정한다. “아내는 제 옷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벨트, 구두까지 모두 제가 정합니다. 다만 아내는 가장 중요한 일,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죠.”

블로그 방문자는 20~30대가 주를 이룬다. 박씨는 “멋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듣기 좋다”며 웃었다. 그의 가족은 누구보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응원군이다. 특히 고등학생인 아들이 그의 일등팬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아빠에 대해 궁금해하면 아들 녀석이 아무 말 없이 제 블로그를 보여준다네요. 친구들이 신기해 하니 자랑스러웠던지 저에게 존경스럽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박 씨는 블로그를 ‘소통의 미학이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소통하는 재미가 뭔지 알겠더군요. 패션에 대한 얘기를 함께 나누면서 저보다 한참 어린 블로거들과 친구가 되는 신기한 공간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모 의류업체에서 주최한 패션 행사에 최고령자로 도전했다. 예선, 본선, 현장투표 까지 최고 득점을 얻었고 최종 결과에서도 최고 패셔니스트로 선발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탈리아 행 여행 티켓도 덤으로 거머쥐었다. “도전하지 않는 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순이 다 된 나이에 저만큼 즐겁게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제 블로그를 통해서든 제가 만든 옷을 통해서든 앞으로 대한민국에 멋쟁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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