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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알려면 산으로… 국민 셋 중 한명 취미는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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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알려면 산으로… 국민 셋 중 한명 취미는 등산

입력
2015.03.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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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누굴 장관으로 임명하든 찬성 반대를 할 사안이 아니잖아.” “당연히 국민들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을 시키면 안 되는 거지. 괜히 고집 부리니까 욕 먹는 거라고.”

지난달 28일 등산객 두 명은 서울 청계산을 내려오는 내내 승강이를 했다. 전날 발표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를 두고 서로 옥신각신 의견을 주고 받다가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인사 쟁점뿐이 아니었다.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야 할지 말지, 청년 취업과 사교육 해법 등 이들의 주제는 정치, 사회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 지난달 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취미로 등산(14%)이 수위를 차지했다. 등산 업계가 추산하는 등산인구는 1,800만명에 육박한다. 적어도 국민 세명 중 한 명은 등산을 즐기는 것이다. 주말이면 전국 명산이 등산객으로 인산(人山)이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등산의 장점으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운동 효과가 크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간’을 언급하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다. 등산 활동이 몇 시간은 족히 되는 데다 적당히 풀린 긴장은 동반자와 솔직한 대화를 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등산 마니아들은 “세상을 알려면 산으로 오라”고 당당히 말한다.

얼마 전만 해도 서울역이나 대학가 시장 등이 민심의 바로미터였지만, 이제는 산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실제 많은 등산객들이 정부 비판 목소리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산 초입에 자리잡은 음식점을 지목했다. 북한산을 즐겨 찾는다는 박수용(30)씨는 “누구랑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며 “세월호 사건이나 담뱃값 인상 같은 정부 정책은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정치 얘기도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공무원인 최모(55)씨는 “직접 같이 온 사람이 아니라도 식당 같은 곳에서 등산 모임을 온 사람들 얘기를 옆에서 듣기만 해도 민심이 어떤지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요즘 산에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 산상민심인 산심(山心)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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