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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정책 여론조사로 포장해 ‘친박감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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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정책 여론조사로 포장해 ‘친박감별’ 했다”

입력
2018.04.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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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친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후보를 감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를 정책 여론조사로 포장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원모씨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여론조사 업무를 전담했던 원 전 행정관은 4ㆍ13 총선을 앞두고 친박 감별용 여론조사를 수 차례 시행했다. 당시 이를 지시한 신동철 전 정무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이런 조사를 한다는 게 알려지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예산도 편법으로 편성했다.

정무수석비서관실은 통상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물을 때 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다. 원 전 행정관은 “정책 또는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것처럼 기안을 작성해 예산을 편성 받고, 실제 조사는 다른 주제로 하는 ‘끼워넣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수석비서관실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 정책수요 조사 용역 계약 추진’, ‘4대 개혁 갈등관리 방안’ 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보고해놓고, 실제론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특정 지역과 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조사 횟수가 100회를 넘어서자,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원 전 행정관은 “총선 여론조사가 마무리 된 뒤 8억원이 모자랐고, 이를 어떻게 할지 신 전 비서관에게 물어보니 ‘국정원에서 줄 것’이라며 ‘수석이 (국정원과) 통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원 전 행정관은 이를 김재원 수석에게 보고했고, 며칠 뒤 국정원에서 5억원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원 전 행정관은 “처음엔 전반적인 지역구 상황과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전신) 지지현황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기초 실사하듯 진행했지만, 이후엔 특정지역에 대해 자주 조사한다거나 특정 후보를 지역구를 바꿔가며 조사했다”라며 “이 같은 조사는 결과적으로 친박 후보들의 새누리당 경선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총선 전후로 이뤄진 여론조사 자료들은 총선이 마무리된 뒤 모두 폐기됐다. 원 전 행정관은 “공천이나 총선 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모두 폐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 전 행정관은 또 대통령 보고용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도 작성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으나, 이를 대통령이 확인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대구ㆍ경북 등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 자신을 추종하는 친박 인물을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친박 리스트 작성하고, 공천관리위원을 추천하거나, 친박 지지도 여론조사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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