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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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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입력
2015.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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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데이비드 와일 지음ㆍ송연수 옮김

황소자리 발행ㆍ528쪽ㆍ2만8,000원

‘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황소자리 제공
‘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황소자리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호텔 객실 청소원의 정체성은 애매하다.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업무와 서비스 품질은 호텔이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호텔은 청소원을 해고할 수 있지만 청소원이 사고를 당하면 호텔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메리어트가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어트에서 일을 하면서도 메리어트 직원이 아닌, 아웃소싱으로부터 비롯된 부조리한 현상은 수많은 대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임금이나 복지 측면에서 대기업에는 최대한 유리하고, 노동자에게는 가장 불리한 근무환경이다.

용역과 파견,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이 간접고용 형태를 이 책은 ‘균열 일터’(Fissured Workplace)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대기업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누려왔던 상대적으로 후한 월급과 연금, 각종 복지혜택이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은 ‘길게 갈라진 틈’(Fissured)에 떨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대기업이 복지혜택을 줄이고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기피하면서 사회 불평등은 심화됐다. 미국 노동자와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임금 격차는 1970년대 1 대 37.2에서 2007년 1 대 277까지 벌어졌다. 대기업이 아웃소싱한 직종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졌다. 피라미드식 생존 전장이 생겨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중산층의 붕괴가 뒤따랐고 계층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대기업의 경영 합리화 조치가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책은 아웃소싱을 당연시하는 현대 경제의 문제점을 적시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방책들로 무엇이 있을지도 탐색한다.

저자는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미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노동부 근로기준분과 종신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책에서 그는 미국 노동의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읽는 것만 같다.

라제기기자 wenders@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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