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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아닌 글로 산을 배우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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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아닌 글로 산을 배우고 싶었죠”

입력
2017.10.22 18:1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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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 전문가 김성기ㆍ박미숙씨

산악인들에 이론교육 필요 느껴

목포대 체육학과 박사과정 공부

등산교육 담은 논문 통과 기다려

국내 첫 등산전문연구단체 설립도

김성기(왼쪽) (사)대한산악연맹 연수부장과 박미숙 국립 목포대 스포츠산업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국내 첫 등산전문연구소를 국내 최고의 등산분야 싱크탱크로 운영하는 게 목표다. 류효진기자
김성기(왼쪽) (사)대한산악연맹 연수부장과 박미숙 국립 목포대 스포츠산업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국내 첫 등산전문연구소를 국내 최고의 등산분야 싱크탱크로 운영하는 게 목표다. 류효진기자

“국내 등산인구가 1,800만 명이라는데 등산문화는 산에서 떠들고, 마시는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등산문화 수준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등산의 학문적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국내외 유명 산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산악인들이 이번엔 ‘발이 아닌 글로 산을 배워보겠다’며 4년째 대학 강의실을 찾고 있다. 올 겨울 국립 목포대 체육학과에서 스포츠마케팅 박사과정 논문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성기 (사)대한산악연맹 연수부장과 박미숙 국립목포대 스포츠산업연구소 전임연구원. 서울 사는 이들이 매주 KTX에 몸을 싣고 목포까지 가는 사연은 이렇다.

김 부장과 박 연구원은 코오롱등산학교 강사 경력만 각각 20년, 10년 이상인 암벽등반 전문가다. 1999년 등산학교에서 강사와 학생으로 처음 만나 산을 매개로 ‘절친’이 된 두 사람은 이전 직장을 접고 등산을 업(業)으로 하는 공통점 등을 나누며 가까워졌다.

“의사와 택시기사, 학생 같이 다양한 사람을 등산학교에서 교육하다 보니 산 타는 기술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전문성도 필요하더라고요.” 등산 관련 학문적 소양의 필요성을 먼저 느낀 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등산의 달인’으로도 출연했을 만큼 산에 대해 전문가라 자부한 김 부장이다.

등산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게 등산교육의 전부였던 시절 스포츠마케팅 분야 대가인 전호문 교수를 알게 되면서 2012년부터 목포 행을 택했다. 그는 산악인들에 이론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 박 연구원에게 함께 공부할 것을 권유했고 2013년부터는 두 사람이 함께 매주 목포로 향했다. 석사까지 아동심리를 전공하고, 유치원 원장으로 일하다 김부장 권유로 ‘등산 공부’에 빠진 박 연구원이 전임연구원이 된지도 1년이 흘렀다.

김 부장과 박 연구원이 심사 통과를 기다리는 논문은 각각 ‘국내 등산교육 현황과 분석을 통한 마케팅 전략’과 ‘우리나라 등산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안’이다. 논문에는 국내 최초로 등산을 경제ㆍ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등산교육을 심층 분석한 내용들이 담겼다.

“단순히 뒷산을 오르는 것도 등산이지만, 정말 등산이 제대로 된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려면 관련 산업이 발전해 전문 직업인이 늘고, 관련 교육과정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들의 목포 행 소문을 듣고 지금까지 ‘글로 산을 배우기’에 동참한 전문산악인만 10여명. 두 사람은 이들과 힘을 모아 국내 첫 등산 관련 전문 연구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등산레져산업연구원을 지난 8월 설립했다. 이들은 한국등산레져산업연구원이 곧 문체부의 최종 허가를 받는 대로, 연구원을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등산분야 싱크탱크로 키우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인 국립등산학교의 운영 등과 관련된 연구용역 수주 등이 첫발걸음이다.

두 사람은 바쁜 와중에도 지난 8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즐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소개한 책 ‘산악전문가, 대자연을 누비는 산악인 되기’를 펴내기도 했다. 앞으로 등산문화를 이끌어갈 이들에게 미리 올바른 등산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향후 등산분야에 생길 많은 직업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도 가질 수 있는 축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산의 자유와 함께 하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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