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이기 등 출동 막으려는 조치 안해
조타실 자리 비우고 전방 경계 소홀
해경, 사고 신고 접수 시간 수차례 바꿔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를 들이받아 15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급유선 선장이 배가 접근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돌을 막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진로 방향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낚싯배 선창1호(9.77톤)를 들이 받은 급유선 명진15호(336톤)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해경은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전씨는 낚싯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회피 조치와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갑판원 김씨는 사고 당시 조타실 당직 근무자였으나 자리를 이탈해 전방 경계 업무 등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유선들의 막무가내식 운전으로 사고 위험이 높았다”는 영흥도 어민들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다.
해경은 이날 명진15호에 있는 자동위치발신장치(AIS) 등 선박모니터 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두 배 항적을 공개했다. 두 배는 영흥도 전두항 약 1.85㎞ 해상에서 진로가 겹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선급, 해양안전심판원 등과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들여온 선창1호 정밀현장감식도 벌였다. 해경은 감식결과를 토대로 사고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당초 선창1호 AIS가 꺼져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사고 발생 시간과 사고 신고 접수 시간을 수 차례 오락가락한 해경은 사고가 3일 오전 6시 5분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결론 냈다. 해경 관계자는 “명진15호 측에서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초단파뭔전화(VHF)로 ‘어선과 충돌해 2명이 추락했는데 구조할 수 있다’고 신고한 것이 오전 6시 5분으로 확인됐다”라며 “명진15호는 오전 6시 6분 인천해경에 경비전화로 관련 사실을 알렸고 인천해경은 1분 뒤 경찰에 상황을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사고 발생 시간을 처음에는 오전 6시 12분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오전 6시 9분으로 한차례 수정했고 이날 다시 고친 것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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