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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명령, '제2의 BDA 사태'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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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명령, '제2의 BDA 사태' 수순 밟나

입력
2015.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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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등 대북강경파 중심 "대북 추가제재 강화" 별러

"정찰총국 등 이미 리스트에 올라 판 깨려는 의도는 아닐 것" 분석도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딸 말리아와 함께 하와이 휴가를 마치고 4일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딸 말리아와 함께 하와이 휴가를 마치고 4일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한국을 비롯해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에 모여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에 한창이던 2005년 9월 16일.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선 마카오에 있는 작은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다는 간단한 발표가 있었다. 사흘 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ㆍ북미관계 개선 원칙 등을 담은 6자회담 9ㆍ19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곧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리란 기대가 고조됐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BDA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6자회담은 순연됐다. 결국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소니 해킹사태와 관련,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이 제재가 ‘제2의 BDA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당국간 회담 제안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고위급회담’ 화답으로 한껏 달아오르던 남북관계 개선 무드에 제동이 걸리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당시에도 BDA 문제가 향후 1년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을 줄 아무도 몰랐다”는 후일담과 함께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로 인한 한반도 정세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을 간단히 보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BDA의 경우처럼 시작은 미약해 보여도 여파는 끝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북한 위조달러 유통, 마약거래 자금세탁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산 BDA는 미 애국법 311조에 따라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중단되는 단순 제재로 시작했다. 하지만 제재 여파로 각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끊겼고 BDA에 예치돼 있던 북한 자금 2,500만달러도 동결됐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9ㆍ19 공동성명 합의를 사실상 무산시키고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같은 강수를 던져 미국 등의 반발을 샀다.

이번 행정명령을 전후해서도 미국 공화당 등 대북강경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 의회 회기가 개원하는 대로 BDA식 대북 금융제재 강화 법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러시아 중국 시리아 나미비아 등지에 있는 김정은 정권의 금융 교두보를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미 현지에선 오바마 행정부가 제2, 제3의 추가 대북제재를 준비 중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북미갈등 고조로 북한이 4차 핵실험 등 대미 강공책을 펼치는 2차 BDA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 역시 물 건너갈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과대해석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있다. 당장 외교부와 통일부는 미국 측의 행정명령 발표에 중립적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됐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소니 해킹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이미 예고됐던 측면이 있다. 시기 역시 더 미룰 경우 오히려 남북대화 국면과 엮여 더 많은 얘기가 나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할 일은 했지만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미국이 제제 대상으로 발표한 북한의 정찰총국,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3곳은 이미 미국과 유엔의 제재리스트에 포함돼 있던 곳이다.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발표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해 BDA 제재와는 다를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2005년 BDA 사태 교훈 때문에 정부가 사소한 변수라도 모두 관리할 것이란 기대도 달라진 부분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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