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2023년까지 이공계 병역특례와 의무경찰ㆍ해경 등으로의 전환복무 폐지 방침을 밝혀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35만 명 정도인 20세 남자 인구는 2023년쯤 25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3만 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 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 시행돼도 그때 가서는 병역자원이 2만~3만 명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각종 병역특례를 없애야 부족한 병역자원을 메울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환복무 요원 1만9,700명과 산업기능ㆍ전문연구요원 8,500명 등 연간 2만8,000명이 대상이다.
병역자원 감소에 대한 국방부의 우려는 이해가 간다. 입대 가능연령 인구가 원천적으로 주는 데다 병사들의 복무기간도 단축돼 조정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병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각종 병역특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병역특례 폐지와 반대 의견이 팽팽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공계 병역특례가 우수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병역 특례를 폐지하면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등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기술ㆍ연구 인력이 부족한 중소업체의 인력난 가중과 이공계 분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국방부가 이런 예상되는 부작용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성급했다. 의무경찰이나 소방요원의 전환 복무를 폐지하면 업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처들이 일제히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아무런 협의 및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국방부는 뒤늦게 “관련 부처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경솔한 처리에 쏟아진 비판을 피할 길 없다.
국방부가 자체적 군살 빼기를 한다는 전제 아래 내린 결론인지도 의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진작부터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전근대적 군 구조의 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대전의 성격에 맞는 무기체계 첨단화, 부사관 인력 확충, 군 장성 축소, 예비군 전력 강화 등의 과제를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긴 안목을 갖고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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