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재용 기자

등록 : 2018.01.14 14:00
수정 : 2018.01.15 17:53

[컴퍼니 인사이드]이마트, 불황 속 꾸준히 성장…지분 승계자금 마련은 고민

등록 : 2018.01.14 14:00
수정 : 2018.01.15 17:53

“월마트가 이마트로?”

지난 2006년 5월 신세계가 기자회견을 열고 월마트코리아 지분을 8,250억원에 전량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장내는 크게 술렁였다.

이마트의 새 점포 오픈 기자회견 정도로 생각하고 회견장을 찾았던 기자들은 매머드급 인수합병(M&A) 소식을 접하고 기사를 쓰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는 대형마트 업계는 물론 당시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월마트 인수로 이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당시 점포 수는 95개로 후발주자 롯데마트의 2배가 됐으며 매출도 8조원 대로 업계 2위 홈플러스 5조원대를 압도하게 됐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 매장 자리가 모두 핵심 상권이라 이마트의 매장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며 “이마트가 부동의 대형마트 1위 위상을 갖추게 된 것은 월마트를 인수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백화점으로 시작한 신세계그룹의 주력 업종이 대형마트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무렵부터다. 백화점 사업을 주도하던 신세계는 카드사업과 빌딩관리 등 비유통 사업을 정리하고 외환위기로 가치가 급락했던 전국 주요 상권 토지를 사들인다.

1993년 서울 창동에 세웠던 이마트 1호점의 성장을 눈여겨본 당시 구학서 사장의 발 빠른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신세계는 이 부지를 활용해 전국에 이마트 점포를 늘리며 국내 대형마트 대표 업체로 부상한다. 이후 까르푸, 월마트, 이랜드 등 국내 외 업체들과 경쟁을 벌였지만 2006년 월마트 인수로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대부분 외환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신세계는 주력 업종을 바꾸고 사세를 키우는 기회로 활용했다”며 “백화점 사업만 했을 때 신세계 재계 서열은 30위권 밖이었지만 대형마트 사업을 벌이면서 지금은 11위로 20계단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실적추이(41판)/2018-01-14(한국일보)

성장둔화 속 해법 찾기 골몰

이마트의 성장세는 1993년 1호점 건립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3년 이마트 매출이 전년 대비 처음으로 감소한 뒤, 매출이 예전처럼 크게 늘지 않는 성장 둔화 늪에 빠져있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야심 차게 진출한 중국 사업에서도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10년간 약 80개의 점포를 늘렸던 이마트는 2014년 이후 단 4개의 점포를 늘리는 데 그쳤다. 한때 27개까지 늘렸던 중국 점포도 해마다 그 수를 줄여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악조건 속에서도 이마트가 그나마 매년 매출 규모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구축한 영향이 크다.

2010년 용인 구성에 처음 문을 연 트레이더스는 현재 매장 수를 14개로 늘리며 이마트 성장의 핵심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484억원 그쳤던 매출액도 지난해 1조5,213억원으로 7년 만에 30배 이상 늘어났다. 2016년 경기 하남시에 처음 문을 연 스타필드도 서울 코엑스에 이어 지난해 경기 고양에도 새 점포를 열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마트는 별도 자회사를 세워 편의점(이마트24)과 TV홈쇼핑(신세계TV쇼핑)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편의점에 불과했던 신세계의 유통채널이 불과 몇 년 만에 편의점과 TV홈쇼핑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며 “신세계그룹 전체로 보면 면세점까지 진출해 경쟁사 롯데처럼 거의 모든 유통채널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회장 지분 승계는 언제쯤

이마트의 실질적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줄곧 경영일선에서 회사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해 왔다. 그의 회사 장악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을 보좌하며 회사를 키워온 구학서 부회장과 허인철 사장 등이 회사를 떠나면서 정 부회장의 친정체제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보유하던 이마트 주식 70만 1,203주를 인수하며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백화점은 정유경’이라는 후계구도 사실상 완성됐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아직 이마트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이 보유 주식을 다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지분율은 18.22%로 정 부회장 보유지분(9.83%) 두 배 수준이다.

이명희 회장이 올해 76세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 승계가 다소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지분 승계 시 발생할 막대한 상속세가 이마트의 지분 승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은 다음 해 3,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신세계주식으로 현물 납부한 바 있다. 만약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주식 500만주와 신세계주식 179만주가 정용진ㆍ정유경 남매에게 증여된다면 상속세 금액은 약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이 예전과 같이 증여세를 주식으로 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대주주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구체적인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이 확보 될 때까지 지분 승계가 늦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대기업과 같이 지주사 신설 후 지분을 교환하는 등의 방안을 쓸 거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06년 이후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세금을 줄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도 이 회장의 주식 증여와 관련해 정해진 사항이 없다면서도 발생하는 증여세를 떳떳이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발생하는 세금은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게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다만 증여가 이뤄질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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