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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억눌린 아이들, 맘껏 뛰놀면 심폐기능 함께 성장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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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억눌린 아이들, 맘껏 뛰놀면 심폐기능 함께 성장도 쑥쑥

입력
2015.05.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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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곽탁타’라는 나무 심기의 달인이 있었다. 어떤 나무든 그가 심으면 잎이 무성하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비결은 간단했다. 탁타는 뿌리는 펼쳐지려 하고 흙은 단단하게 되고자 하는 나무의 본성을 살린 뒤, 이후엔 나무를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탁타와 같지 않았다. 뿌리를 뭉치게 할 뿐 아니라 흙은 돋워줄 때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침에 들여다보고 저녁 때 어루만졌다. 심지어 나무의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 살았는지 죽었는지 살펴 보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 흙이 단단한지 부실한지 관찰하기까지 했다. 나무를 살리려다 죽이는 우를 범한 것이다.(유종원 ‘종수곽탁타전ㆍ種樹郭駱駝傳’ 중에서)

아이들도 그렇다. 따스한 봄기운을 ‘소양기지(少陽之氣)’라 하는데, 봄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면 생동하는 힘이 커지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사계절 가운데 봄에 가장 많이 자란다. 봄은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아빠보다 더 바쁜 요즘 아이들은 생발하는 봄기운을 받을 시간이 없다. 학교 끝나기 무섭게 영어 수학 피아노 미술 논술학원 수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면 저절로 크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과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생기를 억누른다. 잘 먹는데 계속 의자에만 앉아있다 보면 운동부족으로 심폐 기능이 떨어진 탓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나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하체를 중심으로 살이 찌면서 체지방율은 높아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라 보여도 근육량이 적어 마른 비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기에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화학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부식이 주식을 밀어내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성조숙증까지 올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하루 1시간이라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를 주면서 순리대로 성장하도록 칭찬으로 기운을 북돋워야지 부모의 조급한 공부 욕심으로 아이의 생기를 억압하고 짓눌러서는 안 된다. 자연과 벗 삼아 마음껏 뛰놀다 보면 심폐기능이 강화돼 기혈순환이 촉진되고 인체 곳곳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물질이 배출돼 나쁜 기운(邪氣)은 몰아내고, 아이의 몸은 생명력 넘치는 원기(元氣)로 가득 차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신주골(腎主骨)’이라 하여 뼈를 신장이 주관한다고 보는데, 이처럼 신장의 어미 장부인 폐 기능이 강화되면 금생수(金生水) 원리에 따라 신장의 기능도 활발해져 뼈 성장이 촉진돼 성장할 수 있다.

숙면도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은 대부분 잠자는 동안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데,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가수면 상태에서 가장 많이 분비된다. 무엇이든 골고루 먹으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성장의 결정적 시기인 2세 이전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이나 지방의 과다섭취를 줄이고, 인스턴트나 탄산음료 등은 삼가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지나친 다이어트로 고른 영양섭취를 하지 못해 성장저하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만병의 근원인 폐포에 적열(積熱)을 쌓는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고, 심폐기능 강화로 아토피, 비염, 천식 등 만성질환을 조기 치료해야 숙면을 취해 키가 큰다. 면역력의 요체인 폐 기능 강화로 면역식별능력을 키워주고 자연의 순리대로 아이들을 키운다면 자란 줄도 모르게 성큼 커 있는 아이의 뒷모습에 대견함을 느낄 것이다.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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