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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복귀 않겠다”는 靑 파견 검사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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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복귀 않겠다”는 靑 파견 검사의 결단

입력
2016.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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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윤장석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검찰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졌다. 윤 비서관은 지난달 민정비서관 내정 후 검찰 내부통신망에 공식적으로 퇴직 인사를 올렸다고 한다.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다시 검찰에 복귀하는 ‘편법 파견’이 관행화한 상황에서 그의 거취 표명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 온 고질적 악습을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윤 비서관은 결단의 이유에 대해 “법이 파견을 금지하고 있어서 퇴직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대답인데도 울림이 큰 것은 사실상 법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 직위를 겸임할 수 없도록 돼있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을 막기 위해 1997년 도입된 조항이다. 하지만 그 이후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사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일단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신규 임용하는 방식으로 검찰에 복귀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검찰의 독립성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서도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말뿐이었다. 2013년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파견 단계적 감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도 현재까지 20여명을 편법 파견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계속해 왔다. 청와대 파견 검사에 대한 특혜를 보면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해졌다. 지난 13일자로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다가 복귀한 검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됐다. 이전에는 검찰 안팎의 시선을 의식해 복귀 후의 첫 인사에서는 한직에 임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런 낯가림조차 사라졌다.

청와대 검사 파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청와대가 대놓고 검사들에게 권력에 줄서기를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없다. 그에 맞춰 일부 검사들은 청와대에 들어가 권력을 맛본 뒤 검찰에 돌아가 요직을 꿰차고 정권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이어나가 ‘정치 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쓰곤 했다.

윤 비서관의 결단은 권력과 검찰의 야합 구조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로써 오랜 관행이 사라지리라 기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편법 파견 문제를 일깨운 효과는 있다. 청와대부터 법을 우회하는 ‘꼼수 파견’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사들도 청와대에 갈 생각이라면 윤 비서관처럼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게 바른 처신이다. 검찰 독립은 권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검찰 스스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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