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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볼일 보기’ 이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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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볼일 보기’ 이젠 편안해진다

입력
2017.01.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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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40개교 화장실 개선 이어

추가로 360개교 변기 개선

양변기로 바꾸고 개수 늘리고

2020년 불편한 화장실 퇴출

서울 강동구 명일중 학생들이 쾌적한 공간으로 바뀐 화장실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강동구 명일중 학생들이 쾌적한 공간으로 바뀐 화장실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학교에선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서 친구들 없이 혼자서는 못 갔어요. 어둡고, 악취도 심하고, 찬물밖에 안 나와서 화장실 가기를 꺼렸거든요.”

서울 강동구의 명일중 2학년 이슬아양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가는 게 고역이었다. 4개 반이 이용하는 4층 구석의 화장실은 7개 칸 중 양변기가 단 한 대뿐이었다.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는데다 어둡고, 화장지도 없었다. 다른 층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도 많았다. 화장실은 학교 시설 중 가장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화장실 개선 공사를 한 후 완전히 탈바꿈됐다. 명일중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주최한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학교 부문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이양은 “화장실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파우더룸까지 생겨 옷 매무새도 고칠 수 있다”며 웃었다.

비좁고, 어두운데다 악취가 나던 명일중학교 화장실(왼쪽 사진)이 서울시의 화장실 개선 사업 이후 깔끔하게 탈바꿈했다. 시 제공
비좁고, 어두운데다 악취가 나던 명일중학교 화장실(왼쪽 사진)이 서울시의 화장실 개선 사업 이후 깔끔하게 탈바꿈했다. 시 제공

이는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노후하고 비위생적인 학교화장실 개선 사업을 펼친 결과다. 시는 2014~2016년 630억원(시 423억원, 시교육청 168억원, 자치구 등 39억원)을 들여 초ㆍ중ㆍ고 440개교의 화장실을 개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중 70개 학교 학생 3,694명에게 물은 결과 만족도가 97%나 됐다. 허종준(홍대부고 1년) 군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참거나 심한 경우 야간자습 끝날 때까지 참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화장실에 편하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이라는 한 공간의 변화는 학생들의 정서적ㆍ신체적 발달에도 놀라운 영향을 미쳤다. 이재춘 화원중 교장은 “화장실 개선 이후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높아졌다”며 “음침한 화장실에서 이뤄지던 학교폭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양치를 할 수 있도록 양치대(세면대)를 설치하면서 전국 최저수준이던 서울 학생의 양치율도 2배 뛰었다.

시는 올해 추가로 360개교에 432억원을 지원해 변기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체 학교에 대한 변기 실태조사를 다음달까지 실시, 서양식 변기 개수가 충분치 않은 245개 학교에는 서양식 변기 비율이 80%를 넘도록 할 계획이다. 그 동안 가정의 서양식 변기에 익숙한 학생들이 동양식 변기에 익숙지 않아 학교에서 볼일 보기를 꺼리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용변을 보기 위해 쉬는 시간 길게 줄 서는 것을 막기 위해 82개교에 변기당 적정 학생 수인 11명 수준이 되도록 추가로 마련한다. 양치대도 내년까지 매년 100개 학교에 만들 예정이다.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복도나 빈 교실 등 교내 놀고 있는 공간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시는 2020년까지 더럽고 불편한 학교화장실을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각오다. 단계적으로 16년 이상 오래된 278개교의 화장실을 개선한다.

김용복 시 평생교육정책관은 “화장실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할 정도로 더럽고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던 화장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선했더니 양치율도 늘고, 학교폭력도 감소하는 교육적 효과가 나타났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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