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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전통 대립구도 흔들…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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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전통 대립구도 흔들…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 시작된다

입력
2018.06.11 16:4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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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충지대 북한 변화에 초조감

미국은 미군 주둔 정당성 약해져

“남북 평화가 美ㆍ中엔 큰 압력”

일본도 군사력 강화 등 전략 타격

# 북한과 철도ㆍ가스관 연결 등 협력

러시아는 역할 급부상 가능성

한미동맹에 기반해 온 한국도

패권 다각화로 전례 없는 도전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2일 열리는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한반도 냉전 체제를 허무는 역사적 과정의 출발로 평가된다. 이는 동시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각축전에 돌입하는 것을 의미해 동북아 일대에서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과정이 본 궤도에 오르면 종전선언ㆍ평화협정 등의 수순을 밟아 70년간 지속된 북미간 적대 관계 해소와 관계 정상화도 역사적 도정에 오르게 된다. 이는 휴전선을 중심으로 형성된 북중러 대 한미일이란 전통적 냉전 구도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변국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위험 요소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 입장에선 전략적 완충 지대로 삼아왔던 북한의 지정학적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에 초조해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통일된 한반도를 워싱턴의 동맹으로 삼기 위해 싱가포르 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관계 개선 및 남북 협력 강화가 중국 입장에선 한미 동맹의 북진 성격으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반면 한반도 냉전 체제 해체는 미국 입장에선 주한미군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의 정당성을 허물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주한미군이나 한미일 군사 훈련, 미국 주도의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계 모두 표면적 명분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제거되는 상황 진전에 따라 중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철회부터 시작해 한미 연합훈련 및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까지 의제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한 헌법 개정이나 군사력 강화 등 아베 정권의 안보 전략이 타격을 받게 된다. 안드레이 아브라함 매쿼리대 연구원이 최근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레이트 파워 경쟁이 한반도에서 끓어오르고 있다”며 “남북한이 평화 구축을 진전시켜 나가면, 중국과 미국에 엄청난 압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의 미중 경쟁 구도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할 나라는 러시아다. 동북아에서 영향력이 제한돼 있던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유라시아 철도 및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 등으로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포스트 싱가포르’ 이후에도 중국이나 미국 어느 한 편에 의존하기보다는 러시아 등을 활용하며 세력간 줄타기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으로선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는 미국 조야의 정서상 미국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NYT에 “김 위원장이 미국 측으로 일방적으로 ‘전향’하기보다는 역동적인 재균형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까지 끼어든 패권 경쟁의 다각화는 북한에겐 체제 생존의 방편일 수 있지만, 한미 동맹에 기반해온 한국 정부에겐 전례 없는 도전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고립주의적 외교 노선 성향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선호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다. 역사적인 북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선물’을 안기는 동시에 기존 질서를 허무는 ‘지진’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엄청난 숙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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