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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3년… 아내와 두 딸 살해한 강남 중산층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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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3년… 아내와 두 딸 살해한 강남 중산층 가장

입력
2015.01.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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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강모씨, 119에 범행 신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 자살 예고

주식투자 실패 등 경제적 곤란 겪어

6일 오후 경북 문경에서 도주중 경찰에 붙잡힌 '서초 세모녀 살해 사건' 용의자 강모(48)씨가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강씨는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북 문경에서 도주중 경찰에 붙잡힌 '서초 세모녀 살해 사건' 용의자 강모(48)씨가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강씨는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중산층으로 살다가 실직한 40대 남성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자살을 예고했다가 6시간 만에 붙잡혔다. 실직으로 벼랑 끝에 몰린 가장이 ‘세 모녀 살인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 출구를 택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새벽 3시~4시 30분 사이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잠들어 있던 아내 이모(43)씨와 중학생 큰 딸(14), 작은 딸(8)을 살해한 혐의로 강모(48)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충북 청주에서 휴대폰으로 “내가 사는 아파트로 가면 내가 목 졸라 살해한 처와 딸들이 있을 것”이라며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강씨의 아파트 거실에 숨져 있는 강씨 아내를 발견했다. 큰 딸은 작은 방 바닥, 작은 딸은 안방 침대 위에 숨져 있었다. 집에서는 거의 다 마신 소주 1병과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머플러 2장이 발견됐다.

작은 방에서 발견된 유서 형식의 노트 2장에 강씨는 경제적 곤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언급하고 ‘미안해 여보, 미안해 딸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값을 치를게’ ‘통장을 정리하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ㆍ장인 장모님 치료비ㆍ요양비 등에 쓰라’ 등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휴대폰 위치 등을 파악한 경찰은 이날 낮 12시 10분쯤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달아난 강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본인 소유의 혼다 어코드 차량을 타고 도망치는 중이었고, 강씨의 손목에는 자해한 흔적이 있었다. 오후 5시쯤 서초경찰서로 압송된 강씨는 검은색 후드티로 얼굴을 감싼 채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만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 결과 2012년 12월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실직한 강씨는 시가 10억~11억 상당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아 아내에게 매월 400만원씩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지금까지 생활비에 1억원, 주식투자 손실로 2억7,000만원을 사용하고 현재 1억3,000만원만 남은 상태였다.

부인에게만 실직 사실을 알린 강씨는 자녀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선후배 사무실을 전전하다 1년 전부터는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 고시원으로 출퇴근하며 지내왔다. 강씨는 경찰에서 “주식에 투자하고 남은 돈으로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40대 후반의 나이로는 재취업이 쉽지 않아 결국 미래의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세 모녀의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각 등을 파악하기 위해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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