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박 대통령의 결단을 재촉하는 당ㆍ정ㆍ청의 동시 붕괴 조짐

알림

[사설] 박 대통령의 결단을 재촉하는 당ㆍ정ㆍ청의 동시 붕괴 조짐

입력
2016.11.23 20:00
0 0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부 사정라인의 두 축이 한꺼번에 그만두겠다고 한 것은 헌정사에 일찍이 없던 일이다. 최 수석의 경우 정식 임명장을 받은 지 5일밖에 안돼 충격이 더하다. 이날 집권여당에서는 비주류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기반인 당ㆍ정ㆍ청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으로, 탄핵ㆍ하야 정국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고 볼 만하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21일이라고 한다. 바로 전날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간수사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사실상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상누각” “부당한 정치공세” 등의 격한 표현을 써 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을 지휘ㆍ감독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잘못 보좌한 게 됐으니 물러나는 게 공직자로서 도리라는 것이다. 통제를 벗어난 검찰에 대한 경고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직자 도리’보다 무력감에 눈길 가

하지만 이 같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이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 내용과 관련해 99% 입증 가능한 부분만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가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녹음 파일이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더 이상 검찰 수사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일반 국민 사이에 퇴진ㆍ하야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이 공직자의 도리로서만이 아니라 상황 통제에 대한 무력감에서 물러날 결심을 했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이른 시일 내 후임자 임명조차 쉽잖아 보인다. 검찰 수사에 이은 특검 수사, 국정조사, 탄핵 움직임 등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두 사정 및 법률 보좌 핵심이 빠져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 기반이 정부와 청와대 등 권력 내부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김무성 전 새누리 대표도 “탄핵” 결기 보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내홍이 격화일로인 것도 같은 흐름이다. 원내외 비주류 인사들의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의 결기도 심상찮다. 그는 이날“박근혜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직전 당 대표로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국가는 법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한다”며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도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의 이날 선언으로 새누리당 내부의 균열과 갈등 역시 극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당에까지 밀려 제3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친박계 지도부는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대통령 호위에만 급급하다. 정국을 수습해야 할 중요한 축의 하나인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는 전혀 관심도 없다는 태도다. 이런 친박 지도부에 의지해 박 대통령이 이 험악한 정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박 대통령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