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동욱 기자

등록 : 2018.01.14 15:45
수정 : 2018.01.14 22:08

정부 또 오락가락… 가상화폐 실명제 결국 시행

신규 투자자 이달 말부터 거래 가능

등록 : 2018.01.14 15:45
수정 : 2018.01.14 22:08

은행들 연기 방침에 반발 여론 커지자

정부 “예정대로 시행해 달라” 당부

“정책 신뢰성 스스로 무너뜨려” 비판

7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류효진 기자 <한국일보>

가상화폐 정책을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 오락가락 행보에 투자자의 분노와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거래소 폐지 방침’을 두고 법무부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낸 데 이어,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을 두고도 ‘무기한 연기’ 분위기가 주말 사이 뒤바뀌는 혼란상이 재연됐다. 정부의 입장이 여론에 떠 밀려 계속 뒤바뀌는 양상도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적잖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애초 예정됐던 대로 이달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시행할 것”이라며 “준비를 끝낸 은행부터 시행할지, 아니면 모든 은행이 동시에 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중 은행들에게 ‘기존에 계약을 맺은 가상화폐 거래소와는 거래를 계속 유지하되, 새로운 거래소와 계약을 맺는 건 자율로 해달라’고 주문했다”며 “이달 말부터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당국의 설명은 지난 12일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당시 일부 시중은행은 실명제 시스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발표했다. 여러 은행들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은행이 충분한 검토 없이 수익만을 쫓아 무분별하게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정부가 사실상 ‘가상화폐 고사’ 작전에 나서자 이를 거래소와 거래를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은행들의 방침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큰 관심을 끌면서 곧바로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고, 정부는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은행들과의 실명거래 점검회의에서 “예정대로 실명제를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은행들은 주말 사이 다시 입장을 바꿨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다시 지침을 명확히 내려준 만큼 이달 말 실명제 도입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정부 가이드라인이 바뀌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거래 실명제는 거래소 법인 계좌와 동일한 은행의 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거래소가 가상계좌를 튼 은행이 농협이라면 투자자 역시 농협 계좌를 통해서만 해당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 있다. 당국은 지난달 28일 거래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상화폐 투기 근절책을 발표했고, 은행들도 이에 맞춰 관련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다. 당국은 실명제 도입 전까지 투자자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규로 가입해 투자하는 것도 막아둔 상태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거래가 막혔던 신규 투자자도 이달 말 실명확인(거래소와 같은 은행 계좌 만들기)만 거치면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투자자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실명확인을 거부할 경우엔 기존에 넣어둔 한도 안에서만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실명전환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한 처벌은 따로 없다.

시장에선 두 번이나 되풀이된 정부 정책 관련 혼란상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보다 신중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섣부르거나 불명확한 행보로 시장 왜곡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박 장관의 ‘거래소 폐지’ 발언을 전후로 2,100만원대에서 1,800만원대까지 급락한 비트코인 가격은 청와대 해명 후엔 1,900만원선을 회복했다. 지난 12일 실명제 도입 연기가 전해진 후에도 가격이 급락했지만 다시 실명제가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자 반등하는 등 출렁였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조율도 거치지 않은 강경 발언만 쏟아내다 이젠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정부 규제가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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