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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성추문...교육당국은 사실상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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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성추문...교육당국은 사실상 수수방관

입력
2015.07.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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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5명 엽기적 행각 속속 드러나… 최소 여교사 8명ㆍ학생 130명 피해

고발 당한 교사는 수사 중에 추행도

서울시교육청도 사실상 수수방관

서울 서대문구 A고의 성추문에 이 학교 교장까지 가해자로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해자 중 한 명이었던 교장이 다른 교사들의 성범죄 의혹까지 덮으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지만, 사건 발생 1년이 넘도록 관리ㆍ감독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시교육청의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 A고에서 성추행과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이 학교 교장을 포함해 5명이다. 이들의 성추행은 교실, 학교, 상담실, 회식자리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시교육청 조사 결과 이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여교사는 최소 8명, 학생은 130여명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여교사 35명 중 약 23%가, 전체 학생 753명 중 17%가 성범죄에 시달린 것이다. 시교육청조차 “이런 광범위한 성범죄 의혹 사건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B교사는 지난해 2월 동료교사들과의 회식 중 2차로 간 노래방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했다. 많은 교사들이 함께 있었던 자리였고, 여교사가 강하게 저항했음에도 B교사는 피해자의 옷을 찢고 몸을 더듬었다. 이후 피해자가 교장에게 항의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지만 B교사는 전혀 징계받지 않았다. 그는 계속되는 항의에도 연가, 병가, 휴직 등을 얻어 거의 1년간 근무하지 않고 버티다 올해 초 다른 고교로 전출됐다. B교사는 이 기간 동안 월급도 그대로 받았다. 교장의 묵인,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는 현재 전출간 학교에서 정상 수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교사의 범죄는 더 심각하다. 그는 작년 초부터 올해 2월까지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 해오다 경찰에 고발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학생만 6명이다. C교사는 과학실이나 과학교무실에서 여학생들의 허리에 손을 두르거나 등을 쓰다듬었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심지어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맨살, 가슴 등을 만지려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경찰에 고발한 뒤에야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경찰이 C교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공문을 보낸 뒤에야 직위해제 조치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 책임교사이자 특별활동 예체능반을 지도하는 D교사도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했다.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과정에서 D교사는 최소 2명 이상의 여학생을 지난해 초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은 담임교사와 상담하며 성추행 당한 사실을 털어놨고 이 교사가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신고가 접수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이달 20일 A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D교사를 직위해제하고 형사고발 조치했다. D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사가 실시되자 또 다른 성추행 사례가 속속 적발됐다. 올해 초 이 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E교사는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이름을 붙이거나 연예인과 성관계 하는 상상을 수업시간에 들려줬다. 또 자신보다 30세 가량 어린 초임교사, 기간제교사 등을 교무실, 복도 등에서 보듬거나 만지고 성희롱하는 엽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교사로부터 수업시간에 성희롱을 당한 학급이 4학급에 달했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여교사들도 최소 6명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장도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다수의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피해를 당한 여교사들과 여학생들은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처음부터 단호하게 처리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도 올해 4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경찰 공문을 받았을 때 즉시 특별감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여교사 등이 직접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움직이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사태 확산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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