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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균형적 불만족

입력
2014.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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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익의 균형’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북핵 협상에서다. 북한핵 2단계 합의인 2ㆍ13 합의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천 전 수석은 이익의 균형이라는 말로 합의 성격을 규정했다. 사실 이익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경제적 자유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균형과 조화가 이뤄져 결국은 전체의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이익의 균형이라는 말은 한미FTA 때도 등장한다. 미 의회의 비준 반대로 시작된 FTA 추가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2010년 당시 수석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핵심 쟁점에 대해 이익의 수준이 균형을 잘 이루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타결 뒤 이익의 균형이 맞춰졌다고 평가했지만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익의 균형을 상실했다”며 재재협상을 요구했다. 이익의 균형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고, 이익의 현저한 상충이 균형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힘의 불균형이 있던 제국주의 열강과 약소국의 협상이 그랬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균형적인 불만족’을 들어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물밑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은 특검 추천, 야당은 진상조사위 구성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한 패키지 합의에 이르렀지만 ‘지나친 양보’라는 당내 반발과 유족들의 거센 항의에 따른 것이다. 이익의 균형의 다른 표현인 ‘균형적인 불만족’도 합의 전 관철돼야 할 일이니 뒷북이다. FTA 수정은 없다던 김 본부장도 결국 추가협상 타결에 대해 “이런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죄송하다”며 국회에서 사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박 원내대표는 물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정치적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 세월호 협상이 ‘주고받기’라는 일반적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데는 현실과 당위의 괴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쪽에서 조사의 우위를 확보하는 게 마땅하다는 명분과 수사의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형법 체계,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결과 등 현실 상황의 충돌이 우여곡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 보면 협상 타결의 중요한 요소는 이익의 균형이나 균형적인 불만족에 있지 않다. 오히려 양측 모두 덜 행복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나 의지에 있어 보인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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