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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공회, 기도문의 하느님 호칭 성 중립적으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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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공회, 기도문의 하느님 호칭 성 중립적으로 바꾸나

입력
2018.07.04 17:43
수정
2018.07.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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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지역에 있는 한 성공회 교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지역에 있는 한 성공회 교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성공회가 공동 기도문의 하느님(God) 호칭을 ‘성(性) 중립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공회뿐 아니라 천주교, 개신교 등 기독교에서 유일신으로 섬기는 ‘여호와’는 남성 명사인 ‘아버지(Father)’나 ‘왕(King)’ 등으로 불리는데, 그로 인해 남성우월주의가 교회 내에서도 부지불식간에 퍼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열풍과 함께 사회 모든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성 평등’ 가치가 수백 년 동안 유지된 종교계 언어 문화의 변화도 가져올지 주목된다.

WP에 따르면 미국 성공회 교단 지도자들은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작된 대표자 회의를 통해 ‘성공회 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의 전면 개정 여부 논의에 착수했다. 1979년 마지막으로 수정된 이 기도서는 미국 성공회의 모든 예배ㆍ집회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기본 텍스트로, 성공회 신도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약 40년 만에 기도서 개정 요구가 나온 결정적 이유는 역시 하느님에 대한 ‘성 중립적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차별적 언어 변경 권고위원회’에 참여 중인 윌리 개프니 브라이트 신학교 교수는 “남성과 하느님이 같은 범주에 있는 한, 평등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며 “기도서의 (남성중심주의) 단어를 바꾸지 않는 건 해로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남녀 평등’에 대한 신학적 틀을 구성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WP는 “개프니 교수는 설교할 때 하느님을 언급하는 단어로 ‘왕’ 대신 ‘창조주(creator)’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때때로 ‘그(He)’ 대신 ‘그녀(She)’를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대 목소리도 물론 있다. 1979년판 기도서 개정보다는 1549년 영국 성공회의 첫 기도서에 대한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프리 리 시카고 관구 주교는 “교단에서 허용된 대안적 기도문들이 이미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 중립적인 다른 기도문들도 많은 만큼, ‘기도서 개정’까지는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리 주교 역시 “성 중립적 언어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며 “언어에 대한 가정, 특히 하느님을 상상하는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주까지 미국 전역에서 계속 이어지는 이번 대표자 회의의 최종 결론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WP는 “다른 안건들도 많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하느님에겐 성별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쪽으로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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