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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의 심사직설] 새해의 결심, 금연에 대해

입력
2015.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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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개인의 행동 지배

금연의 동기부여가 중요

정부ㆍ국민의 신뢰가 바탕 돼야

새해가 되면 흡연가들은 담배 끊기를 결심하곤 한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은 이제 누구나 인식하는 건강 상식이다. 올해는 정부가 담배 값을 인상해 이런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담배의 주성분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은 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쏟아져 나오게 한다. 보상회로는 단순하게 설명하면 쾌락을 담당하는 중추로 이 부위가 자극이 되면 인간은 기분이 좋아지고 고통을 잊게 된다. 문제는 어느 정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면 충족이 돼 더 이상의 욕구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무제한의 욕구가 생기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보상회로가 계속 자극이 되면 중독이 된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담배는 니코틴이 혈관을 축소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며 담배를 피우는 동안 생기는 일산화탄소가 특히 뇌의 산소 공급을 줄이는 나쁜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도 담배를 피워서 생기는 연기 속에 많은 유독 물질과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니코틴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치매가 발생하기 이전의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 위궤양, 심혈관질환 등 많은 신체질환과 연관이 있다. 깨어나서 담배 갑이 한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지척에 놔두고 잠을 청하는 분들은 수면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해 니코틴의 혈중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어나서 바로 담배를 피우고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긴 비행시간이 걸리는 해외여행도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중독은 의식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독의 정의가 조절능력 상실이기에 스스로 끊기가 너무 어렵다. 통계에 의하면 자신의 의지로 흡연을 중단하는 성공률은 3% 미만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조절능력 없음을 인정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흡연을 중단하되 니코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니코틴 대체 요법이다. 담배를 끊고 니코틴 패치를 피부에 붙여 흡수되도록 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용해하는 액체가 담배만큼이나 유해한 물질일 수도 있고 공식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니코틴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담배를 끊었을 때 생기는 불쾌한 금단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공인된 두 가지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항우울제로 우울증이 동반된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다. 다른 하나는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부분 효현제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약물치료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금연 성공률을 30~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독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끊고자 하는 사람의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 여부다. 그래서 금연에 대한 동기가 생기도록 도와주는 면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치료 방법이 개발돼 있다. 교육과 면담, 적절한 약물치료가 제공된다면 금연을 유지하기에 더 수월하다. 최근에는 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지역의 보건소에서 이런 금연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격 정책은 공중보건학적으로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정책 중 하나다. 특히 청소년의 흡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격을 올리려면 찔끔 올려서는 안 되고 부담이 느껴질 정도의 가격 상승이 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동안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은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어떤 보건정책도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신뢰가 동반돼야 효과가 있다. 담배 값의 인상은 결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결정됐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며 그 재원은 국민들의 건강, 특히 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중독의 예방과 치료,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질환의 연구와 치료에 보탬이 되도록 고안돼야 할 것이다. 중독치료의 시작은 치료자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한다. 금연을 위한 정부의 가격정책도 이와 같다. 정부와 국민들 간의 신뢰가 기초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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