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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벌이에 급해 안전은 뒷전인 저가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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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벌이에 급해 안전은 뒷전인 저가 항공사

입력
2016.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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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필리핀 세부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의 여객기가 운항 40분 만에 긴급 회항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비행기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틈이 생긴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탑승객 163명은 고막이 찢기는 듯한 굉음으로 머리와 귀의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역시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기내 압력 조절장치 이상으로 여객기가 급강하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의 안전 관리와 정비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저비용 항공사는 출범 10년 만에 가파르게 성장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존 항공사보다 싼 운임으로 벌써 국내선 여객 분담률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11월 국적 대형항공사의 국내 여객 운송은 106만 명인 반면 저비용 항공사는 137만 명이었다. 저비용 항공사의 등장으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이 활성화한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항공기를 이용한 승객은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해 모두 8,1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3%나 늘었다.

하지만 저비용 항공사의 급성장과 함께 출범 당시 지워지지 않았던 항공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2006~2014년 사이 1만회 운항 당 사고 발생 건수는 0.63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0.17건의 4배에 가깝다. 이런 잦은 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한 무리한 운항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보유 항공기는 적은데 운항 횟수를 무리하게 늘리려다 보니 기체 노후화가 빨라지고 적절한 정비도 어렵다. 숙련된 조종사 대신 숙련도가 떨어지는 조종사를 투입하는 것도 문제다.

관리나 서비스 수준이 소비자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4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했다. 현재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5곳이지만 올해 에어서울이 가세하면 항공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게 뻔하다. 경쟁 심화는 가뜩이나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실한 안전관리, 정비능력에 시달리는 저비용 항공사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저비용 항공사의 사고가 잇따르자 특별 안전점검에서 나서기로 했다. 다행이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최근의 빈번한 사고가 대형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관련 제도 개선과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 강화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외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저비용 항공사 스스로의 각성과 안전확보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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