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수시 준비로 2학기 허비
12월 정시와 시기 일원화 주장
교사ㆍ학부모ㆍ교육청 긍정 반응
정부도 8월 개편안에서 검토 중
경기 한 고교에서 3년째 고3 국어 수업을 맡고 있는 이모(33) 교사는 2학기마다 반복되는 ‘수시족(族)’과의 씨름에 진을 뺀다. 7월쯤이면 대다수 학생이 각 대학 입시 수시전형 준비를 위해 수업시간에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ㆍ논술 대비 답변 작성에 몰두해 좀체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시에는 3학년 2학기 내신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데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수업 파행 정도는 더 심각해졌다. 이씨는 8일 “반 학생 27명 중에 수시 지원을 안 한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2학기에 수업을 하다 보면 허공에 외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올해 8월 발표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및 대입 개편안에 ‘대입 전형 단순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시와 정시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9월부터 시작되는 수시 시기를 수능 점수가 발표되는 12월로 미뤄 정시 시기와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 주최로 열린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서 대학 입학처장과 교사들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수ㆍ정시 통합으로 학생ㆍ학부모의 부담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도 “수ㆍ정시 시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문제를 개편안 주요 골자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며 무게를 실었다.
수ㆍ정시 통합을 가장 크게 지지하는 이들은 교사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73.3%(2018학년도 기준)에 달해 학생들이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3학년 2학기 수업을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다수 교사는 수능에 포함된 교과 범위는 3학년 1학기에 일찌감치 끝내고, 2학기에는 아예 기출문제 풀이와 자습을 시키기도 한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감은 “수시 응시를 한 번도 안 하는 학생은 없고 대체로 최대치인 6번씩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로 인해 왜곡된 3학년 교실이 바로 서려면 대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형기간 줄어들면 일정 겹쳐
지방ㆍ전문대 학생 충원 어려움
총 9회 응시 기회도 축소 가능성
학부모들도 합격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행 수시 전형에는 대체로 수능최저등급기준이 있는데,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기도 전에 수시에 응시하면서 합격 예측이 힘들 뿐 아니라 매몰 비용도 과다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1 학부모 정선민(50)씨는 “수시에서 하향 지원했다가 합격해 정시에 상위권 학교에 지원도 할 수 없는 ‘수시 납치’가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수ㆍ정시 통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형 기간이 2개월로 축소되면서 대학 간 논술ㆍ면접 등 일정이 겹칠 공산이 크다. 특히 수도권 일반대와 지방대ㆍ전문대 전형 일정이 겹친다면 학생들이 대체로 수도권 일반대 응시를 택할 것으로 예상돼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ㆍ전문대에 불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기우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장(인천재능대 총장)은 “수ㆍ정시 통합이 전문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최근 협의회 차원의 연구를 시작했다”며 “일반대와 전문대의 입시 진행 조건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통합에 관해선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응시 기회가 현재는 모두 9번이지만, 수ㆍ정시를 통합하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대 측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남은 기간 의견을 면밀하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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