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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입양 떠나 쓸쓸한 혼종견, 의지할 곳 찾아요

입력
2016.12.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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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이던 올리는 옆에 형들이 입양을 가면서 의기소침해졌다. 유행사 제공
천방지축이던 올리는 옆에 형들이 입양을 가면서 의기소침해졌다. 유행사 제공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역 부근에서는 유기동물의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가 열리는데요. 요즘 활동가들의 귀여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받는 개가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가족이되어주세요’의 주인공이기도 한 롱다리 혼종견 ‘올리’(1세·수컷)입니다.

낯선 사람이나 개에게는 곁을 잘 주지 않는 올리가 유독 따르는 형아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같은 위탁처에 있던 혼종견 ‘도원’인데요. 그날도 도원이 있는 곳 옆에서 안정을 찾으며 도원이 따라 하기에 바빴지요. 형아가 졸면 옆에서 따라 졸고, 형아가 지나가는 덩치 큰 다른 개에게 짖으면 똑같이 흉내 내며 짖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렇게 의지할 곳을 찾는 올리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겁니다.

올리(왼쪽)는 도원이에게 의지하며 도원이 따라 하기를 즐긴다. 유행사 제공
올리(왼쪽)는 도원이에게 의지하며 도원이 따라 하기를 즐긴다. 유행사 제공

8개월 강아지였을 때 거리를 떠돌다 구조된 올리는 처음엔 케이지에 들어가는 것도, 목줄이 채워지는 것도, 모든 게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위탁처에 온 이후 의지할 형아들을 만나게 됐고 천방지축 개린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올리에게 의지가 됐던 형들이 하나 둘 입양을 가며 곁을 떠나자 언젠가부터 의기소침해 진 거지요. 지금 올리는 유행사 서열1위이자 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원이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올리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어린아이가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을 때도 살짝 움찔하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성큼성큼 다가오면 뒷걸음질 칩니다. 무슨 사연인지 여자보단 남자들을 좀 더 어려워한다고 해요.

올리는 카메라만 갖다 대면 그윽한 눈으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유행사 제공
올리는 카메라만 갖다 대면 그윽한 눈으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유행사 제공

7월부터 새 가족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올리에 대해선 입양상담 한 번이 전부입니다. 올리는 품종견도 아니고 8,9㎏으로 작지도 않기 때문이겠지요. 배변도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올리가 한 가정의 가족이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닐 겁니다. 한참 활동적이고 장난 칠 나이에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개무룩’ 올리가 오두방정 개린이로 평생 믿고 의지할 가족 어디 안 계실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상 모든 게 무서웠던 올리는 활동가들과 다른 개들 덕분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유행사 제공
세상 모든 게 무서웠던 올리는 활동가들과 다른 개들 덕분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유행사 제공

▶입양문의: 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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