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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새 인생 맞는 ‘쉬즈 곤’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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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새 인생 맞는 ‘쉬즈 곤’의 남자

입력
2016.03.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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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즈 곤'으로 유명한 미국 록밴드 스틸하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한국어로 임재범의 '고해' 등을 불러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MBC방송 캡처
'쉬즈 곤'으로 유명한 미국 록밴드 스틸하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한국어로 임재범의 '고해' 등을 불러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MBC방송 캡처

노래 ‘쉬즈 곤’으로 국내 대중에게도 친숙한 록밴드 스틸하트의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52)는 지난해 10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았다. 가면을 쓰고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달라는 제안이었다. 프로그램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낀 마티예비치는 바로 한국 노래 공부에 들어갔다. ‘복면가왕’ 제작진에게서 받은 곡 중에 마티예비치가 음악을 들어보고 선택한 건 임재범의 ‘고해’와 그룹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였다.

“왜 사랑을 허락해 달라고 해?”

마티예비치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배드보스컴퍼니의 조재윤 대표에 따르면 마티예비치는 두 노래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특히 애를 먹었다. 사랑을 하늘에 ‘허락해달라’(‘고해’)는 내용 등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눈에는 정서적으로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다. 마티예비치는 한국 노래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과, 평소 친분이 있었던 재미동포 등 세 명에게서 한국어 과외를 받았다. 가사를 이해하고 나니 이번엔 한국어의 된소리 발음에 막혀 노래 부르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비의 낭만보다는/비의 따스함보단’(‘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따’ 발음이 안 돼, 며칠 동안 ‘따’ 발음만 입에 달고 살았다. 이렇게 5개월의 한국어 속성 과외를 거쳐 나온 무대가 지난달 28일 마티예비치가 한국인 뺨치는 발음으로 노래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던 ‘복면가왕’ 방송이다.

한국어로 드라마 주제곡도 녹음

1990년 스틸하트를 통해 데뷔한 마티예비치는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을 바탕으로 한 폭발력 있는 가창력으로 사랑을 받아온 록스타다. 외국 록스타가 어려운 한국말을 배우고 가면까지 쓰고 무대에 오른 이유가 있다. 가수로서의 제2의 인생을 한국에서 시작하기 위해서다.

마티예비치는 지난 1월 국내 작은 기획사 배드보스컴퍼니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유명한 외국 록가수가 일본도 아닌 낯선 한국의 기획사와 계약을 맺기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마티예비치는 ‘쉬즈 곤’이 일본과 한국 등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는 걸 알고 아시아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주요 활동 근거지로 한국을 택했다. 한국에 둥지를 튼 마티예비치는 한국어 노래를 내 국내 음악 팬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는 마티예비치는 올 상반기 안에 한국어로 노래한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

유고 출신 파란 눈의 외국인은 한국 드라마 O.S.T.도 한국어로 부른다.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O.S.T.를 제작하는 이성권 더하기미디어 대표는 “마티예비치가 한국어로 부른 드라마 O.S.T.를 이달 둘째 주에 녹음한다”며 “완성된 곡은 이달 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마티예비치는 시트콤과 영화 출연 제의도 받고 연기 활동도 고민 중이다.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앞둔 마티예비치는 한국일보에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라며 “내 음악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록그룹 스틸하트 멤버인 밀젠토 마티예비치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O.S.T. 제작사 더하기미디어 제공
록그룹 스틸하트 멤버인 밀젠토 마티예비치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O.S.T. 제작사 더하기미디어 제공

능숙한 젓가락질로 된장국 찾는 파란 눈

마티예비치는 1998년 첫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수 차례 한국을 찾았고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됐다. 그는 젓가락질도 능숙하게 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국이란다. ‘복면가왕’의 박원우 방송작가는 “마티예비치가 방송이 끝난 뒤 삼겹살 한 번 먹자 더라”며 “정이 많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국내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마티예비치는 ‘의리남’으로 통한다. 그는 공식스케줄도 아닌데 지난달 29일 한국 소속사 대표의 대학원 졸업식까지 따라가 꽃다발을 줬다.

지난달 29일 한국 소속사 대표의 대학원 졸업식까지 챙긴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의리남'으로 통한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인스타그램
지난달 29일 한국 소속사 대표의 대학원 졸업식까지 챙긴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의리남'으로 통한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인스타그램

역경을 딛고 일어선 만큼 무대에 대한 마티예비치의 열정은 남다르다. 그는 1992년 2집 발매 후 공연을 하다 공연 장비가 머리에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4년 동안 마이크를 잡지 못한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고음을 부를 때 두통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는 ‘복면가왕’ 제작진이 ‘쉬즈 곤’을 불러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달 2일 귀국했을 때 독감이 걸려 목 상태가 안 좋았던 마티예비치는 이틀 뒤 진통제를 먹고 방송 밴드와의 연습을 마쳤다. 마티예비치와 드라마 O.S.T.작업을 했던 이성권 대표는 “마티예비치가 녹음을 마친 뒤 마음에 안 든다며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연주자를 섭외해 다시 연주 녹음을 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해 온 적이 있다”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밀젠코 마티예비치(가운데)는 '쉬즈 곤'으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스틸하트의 보컬로 활동해 왔다.
밀젠코 마티예비치(가운데)는 '쉬즈 곤'으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스틸하트의 보컬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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