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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지그시’와 ‘지긋이’

입력
2016.08.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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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시’와 ‘지긋이’는 소리가 같아서 적을 때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소리대로 적는 ‘지그시’는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또는 ‘느낌이나 감정을 억누르는 모양’을 나타낸다. “지그시 눈을 감은 환수 씨의 기억 속에 오랜 옛일이 떠올랐다.”(최일남, 거룩한 응달) ‘지그시’ 대신 ‘자그시’나 ‘재그시’를 쓰기도 한다. 이 말들은 ‘지그시’보다는 정도나 세기가 덜함을 나타낸다. “봉실이는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자그시 누르며 다정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정기수, 아버지의 고뇌)

‘지긋이’는 ‘지긋하다’의 ‘지긋’과 접미사 ‘-이’가 결합한 말이어서 소리대로 적지 않고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다. ‘지긋이’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 또는 ‘느긋하고 참을성 있게’라는 뜻을 나타낸다. “엉뚱한 생각 말고, 이 사설로 한가락 읊을 테니 지긋이 앉아 듣게.”(송기숙, 녹두장군)

‘반드시’와 ‘반듯이’도 함께 알아 두면 좋다. “다음엔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와 같이 ‘틀림없이, 꼭’의 뜻으로 쓸 때는 ‘반드시’를 쓰고, “벽에 기대지 말고 반듯이 서 있어라.”와 같이 ‘기울거나 굽지 않고 똑바르게’, 즉 ‘반듯하게’의 뜻으로 쓸 때는 ‘반듯이’를 쓴다.

‘반듯이’보다 큰 느낌으로 말하고 싶을 때는 ‘번듯이’를 쓰면 된다. “이쁜이는 … 풀밭에 번듯이 드러누운 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김유정, 봄봄) ‘번듯이’는 ‘버젓하고 당당하게’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다. “어머니께 옷 한 벌 번듯이 해 드리지 못했다.”

‘어연번듯이’라는 말도 있다. ‘세상에 드러내 보이기에 아주 떳떳하고 번듯하게’라는 뜻이다. “늙으신 아버지와 이 어미를 보더라도 어연번듯이 그 사람과 부부가 되어 다오.”(현진건, 무영탑)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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