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압력 적지 않다” 조언 구해
원로들 “하야 요구엔 신중” 주문
추미애, 오늘 잠룡들과 조찬회동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날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정국 해법과 관련해 가장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섣불리 하야ㆍ탄핵을 언급하지 않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통한 ‘정치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5일을 기점으로 들불처럼 번진 촛불 민심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은 고민이다.
문 전 대표는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사회원로들과 만나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 뜻을 존중해 국정 공백과 혼란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있는 결단을 내려주는 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지막 남은 도리”라고 촉구했다. 여야를 향해선 “이런 사태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뜻을 정치적으로 실현해 낼 수 있도록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가 당장의 민심에 부응하기 보다 수권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각계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신중한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참석한 원로들은 야당이 국방과 민생, 구조조정 등에 협조하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것을 조언했다. 동시에 일각의 ‘하야’ 요구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남 전 장관은 “하야 주장은 국민감정으로는 맞지만, 정치 진행과정을 고려하면 성급한 얘기”라며 “혁명적 사태를 혁명적으로 해결하려 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은 ‘좀비’ 대통령”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충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 다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본보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퇴진 요구에 동참하라는) 야권 지지층의 압력이 크다고 말하더라”며 “그런 압력을 이겨내고 질서와 절차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문 전 대표의 촛불집회 참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12일 3차 촛불집회 참석과 관련, “청와대의 대응과 민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겨 두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8일 문 전 대표를 포함, 김부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대선주자 후보군과 조찬회동을 갖고 정국 해법을 논의한다.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의 정국 해법과 장외 투쟁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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