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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자살로 본 '우울증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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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자살로 본 '우울증 오해와 진실'

입력
2014.08.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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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박물관은 살아 있다’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로빈 윌리엄스(63)가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자살했다. 로빈 윌리엄스 홍보 관계자는 “로빈 윌리엄스가 오늘 오전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끝까지 극심한 우울증과 싸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로빈 윌리엄스는 최근 알코올 중독을 치료해야 한다고 판단해 재활원에 입소해 몇 주간 그곳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할리우드 스타 로빈 윌리엄스 자살로 우울증이 도마에 다시 오르게 됐다. 우울증은 기분이 저조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외적인 어떤 자극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은 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증은 상당기간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저조한 기분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울증은 정신병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들만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상당히 흔한 병으로, 여자는 약 10∼25%에서, 남자는 약 5∼12%가 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전되지만, 심하면 자살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주은정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의 도움말로 우울증의 진실과 오해를 알아보자.

11일 오전 사망한 미국의 유명배우 로빈 윌리엄스.
11일 오전 사망한 미국의 유명배우 로빈 윌리엄스.

1.기분이 우울하면 모두 우울증이다?

기분이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우울증의 여러 증상이 하루 중 대부분 시간 동안, 적어도 2주 이상 지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주요 우울증 이외에도 다양한 범주의 기분과 관련된 질환이 있으며 진단 기준을 정확히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기분장애 상태가 많이 있으므로 진단 기준에만 집착할 일은 아니다.

2. 어린이도 우울증에 걸린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 대에서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어린이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나이에 따라 임상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짜증, 불안, 공격성, 수면장애, 학습능력저하, 또래 관계악화, 등교거부증, 말썽을 부리는 행동 등으로 그 양상이 바뀌어 나타날 수 있다.

3. 우울증에 걸리면 몸이 아프다?

우울증에서 신체적 증상은 매우 흔하다. 자율 신경계의 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두근거림, 발한, 위장관 기능이상뿐만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목이나 어깨, 등 부위의 통증, 신체적인 검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설명이 되지 않는 통증이 다양한 신체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가면성(假面性) 우울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환자들은 정신과 이외에 다른 과들을 여러 곳 전전하면서 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치료가 되지 않는 과정 속에서 더욱 우울해지고 절망하게 된다.

4. 의지가 약한 사람이 잘 걸린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로 우울증 환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잘못된 통념 중 하나다. 의지 문제라기보다 스트레스를 평소에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가가 관련이 더 깊다.

5. 내성적인 사람이 많이 걸린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외향적으로, 즉 외부적인 기준에 맞춰 살면 자아성찰을 간과하기 쉽다. 이럴 경우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내성적인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린다는 통념은 내성적인 사람은 사회활동, 대인관계, 감정 표현이 적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향적이라고 해서 스트레스 관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양상이 다를 뿐이다

6. 완벽주의자가 더 많이 걸린다?

완벽주의적 성격의 사람이 더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나 그것이 병적 상태로 악화하는 강박신경증의 경우 일반인보다 동일한 일상생활 스트레스에 대해 우울한 심정을 느끼기 쉽다. 실제 강박신경증 환자에서 우울증이 공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7. 심리적 충격이 더 작용할까? 타고난 기질이 더 작용할까?

어느 쪽이 더 영향을 준다는 식의 답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유전적인 요인(타고난 기질)과 환경적 요인(심리적 충격)이 각각, 그리고 상호작용해 우울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어느 요인이 더 작용할지는 개개인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8. 치료에는 약보다 정신상담이 더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둘 다 중요하다. 비약물치료로는 심층적 혹은 지지적 면담치료, 인지행동치료, 광치료, 경두개 자기자극치료 등 다양하다. 정신과에서 시행하는 각 치료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개별 환자에 맞는 치료법이 선택되고 올바른 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 이 가운데 약물치료는 일반적이고 효과적이며 경제적이고 빠른 치료법이다.

9. 치료약은 중독성이나 습관성이 있다?

우울증을 치료할 때 가장 중심 되는 치료제는 항우울제다. 물론 치료 초기엔 항우울제 치료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조적으로 항불안제나 수면보조제 등 다양한 약을 쓸 수 있다. 항우울제는 중독되지 않으며 습관성이 없는 안전한 약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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