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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美 최연소 사형수의 억울한 죽음

입력
2015.06.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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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전 오늘(6월 16일) 저녁 7시 30분, 20세기 미국 최연소 사형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14세 소년 조지 주니어스 스티니 주니어(George Junius Stinney Jr)가 콜럼비아 주 중앙교정국에서 숨졌다. 스티니는 겨드랑이에 성서를 끼고 형장에 끌려갔고, 형 집행인은 그에게 성경을 깔고 전기의자에 앉게 했다. 앉은 키가 너무 작아서였다.

1944년 3월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라렌든 카운티의 8살 11살 두 백인 소녀가 실종됐다. 꽃을 꺾으러 나간 둘은 스티니의 집을 지나며 그와 그의 누나 캐서린에게 시계꽃이 어디 피어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소녀들은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둘은 둔기로 심하게 폭행 당했고, 한 소녀의 외음부는 훼손된 상태였다.

백인 경찰은 곧장 스티니를 체포했다. 경찰은 스티니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그의 가족은 보복이 두려워 마을에서 도망을 쳐야 했고, 재판이 열리기까지 81일 동안 스티니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흑인에겐 선거권도 없던 때였고,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도 물론 모두 백인이었다. 국선변호사는 지방행정관 선거 운동 중이던 마을 조세위원이었다. 스티니는 자기 짓이 아니라고, 자백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사는 유일한 기소 근거였던 ‘자백’의 진위도 따지지 않았고, 알리바이를 입증해줄 그 어떤 증인도 부르지 않았다. 재판에 걸린 시간은 모두 150분. 배심원단은 10여 분만에 유죄 평결했다. 스티니는 이틀 뒤 사형 당했다.

60년 뒤인 2004년, 마을의 한 사학자가 스티니 사건 재조사에 나섰다. 일부 지역 변호사와 지방 검사도 협력했다. 한 백인 남성이 임종 고해에서 44년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 밝혔다는 가족의 진술도 확보했다. 그들은 2013년 10월 사면가석방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12월 순회법원은 스티니 재판의 판결 무효를 선고했다. 판사는 “스티니가 재판에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했고, 자술서도 없을뿐더러 자백 역시 강압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1988년 추리 작가 데이비드 스타우트는 그 사건을 모티브로 ‘Carolina Skeletons 캐롤라이나의 유골들’을 썼고, 이듬해 에드거 앨런 포 상(데뷔작 부문)을 탔다.

1940년대 미국의 18세 미만 청소년 사형은 두 달에 한 명꼴로 집행됐다. 미 연방대법원이 청소년 사형이 수정헌법 8조(잔혹하고 이례적인 처벌 금지) 위반이라 판결한 것은 2005년 3월에 이르러서였고, 청소년 사형수 72명이 그 판결로 목숨을 건졌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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