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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여고생 성추문 사건, 거짓해명과 은폐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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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여고생 성추문 사건, 거짓해명과 은폐로 얼룩

입력
2016.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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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청장 “국민께 대단히 송구”

감찰 대상에 본인 포함 불구

“여론 의식한 쇼에 불과” 비판

부산 학교전담 경찰관 여학생 성관계 파문. SNS 캡처
부산 학교전담 경찰관 여학생 성관계 파문. SNS 캡처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의 성추문 논란이 숱한 거짓해명과 조직적 은폐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경찰의 감시ㆍ관리 체계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찰은 강도높은 징계 및 후속 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부실한 시스템이 사건을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전직 경찰 간부가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들의 성관계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로하기 전까지 경찰의 보고 체계는 두 달 가까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일선 경찰서는 물론, 지방경찰청, 경찰청 등 경찰의 모든 지휘라인은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을 뿐, 문제의 심각성을 줄곧 외면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약 3주 전인 이달 1일 부산 연제경찰서 정모(31) 전 경장과 여고생과의 성관계 내용을 최초로 인지했다. 경찰청의 해명을 종합하면 부하직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한 감찰담당관이 이날 부산경찰청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부산청 감찰계는 나흘 후 “해당 경찰관이 부담감을 느껴 사표를 제출했고 이미 수리됐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감찰담당관은 사건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담당관은 “부산청에서 여학생과 강압적인 성행위는 없었고, 이미 면직 처분을 했다고 보고해 별도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보고가 누락된 탓에 강신명 청장은 해당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고 이튿날인 25일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에도 감찰담당관은 경찰청 차원에서 연제서 사건을 사전 인지한 내용은 생략한 채 사건 개요만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청과 일선서의 은폐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부산청은 이날 문제가 된 연제서와 사하서장이 보고를 받고도 비위 경찰관들의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묵살했다고 밝혔다. 김성식 연제서장은 지난달 9일 정 전 경장의 비위 보고를 들었지만 이튿날 정 전 경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정진규 사하서장 역시 지난달 8일 김모(33) 전 경장의 성관계 사실을 청취하고도 면직 처분을 강행했다. 당초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24일 처음 알게 됐다”는 해명은 거짓이었고, 무려 40여일 앞서 인지했던 셈이다.

경찰청은 두 경찰관의 면직처분을 취소키로 하고 본청 감사팀을 부산으로 급파해 전 지휘ㆍ보고 라인을 정밀 감찰하는 등 수습에 골몰하고 있으나 ‘뒷북 대책’이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강 청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조사를 거쳐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감찰 대상에 포함시키는 강수를 뒀다. 이철성 경찰청 차장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보고 라인에 있는 모든 경찰관이 조사 대상이며 강 청장 등 경찰 수뇌부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두 달간 감찰 시스템의 허점을 만천하에 드러낸데다 은폐와 거짓해명마저 수없이 일삼았다는 점에서 청장을 감찰한다는 것조차 여론을 의식한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실한 지휘ㆍ보고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감찰과 징계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과 여학생의 성관계라는 충격적 사건을 한 지역을 책임지는 서장이 묵살한 것은 국민 정서와도 한참 동떨어진 일”이라며 “경찰의 은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보고 체계에 대한 세부 매뉴얼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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