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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 정치 오판한 반기문의 도중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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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 정치 오판한 반기문의 도중하차

입력
2017.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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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19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12일 귀국회견을 통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세계 일류 국가가 되는 데 제 한몸 불사르겠다"며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을 앞세워 출마 의지를 밝힌 지 20일 만에 돌연 뜻을 접은 것이다. 이로써 반 전 총장과 함께 하려던 보수중도 진영의 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됐으며, 대선구도 역시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그는 짧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귀국 이후 잘못된 정치로 쌓여온 적폐를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을 듣고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으로 정치 투신을 고려해 왔다"며 "일부 정치인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고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분권 혁신정치를 이루려는 포부를 말해 왔으나 이러한 순수한 애국심과 정치 교체 명분은 인격 살해, 가짜 뉴스로 인해 실종됐고 저 개인과 가족, 10년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고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쳤다"고 했다.

이런 정도의 설명으로는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하차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전날만 해도 '대선 전 개헌을 위한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여야에 제의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임기단축 등의 구상을 밝히며 출마 동력을 이어 갔고 이날 오전에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방문해 연대를 타진하는 등 열의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내내 냉대받고 방문은 헛발질에 그쳤다. 따라서 그의 불출마 결정은 국내 정치 지형과 환경을 충분히 탐색하지 않은 채 '기-승-전-유엔'에 얹힌 꽃가마를 예상하고 귀국 직후 성급하게 지지세를 모아 가려던 잘못된 전략의 결과로 봐야 할 것 같다. 일부 정치인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를 탓하고 가짜 뉴스 인격 살인 운운한 것은 그가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 전 총장은 향후 거취와 관련, "10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총장 퇴임 직후 대선출마를 우려하고 비판했던 많은 사람의 충언대로 진작에 그가 이런 태도를 취했다면 되레 기회가 더 많았을 것이다. 여야가 고뇌 어린 그의 불출마에 아쉬움과 존중을 함께 표시하며 남북 대화 등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을 주문한 것은 이런 기대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진정 국가 리더십 위기와 정치 개혁을 고민한다면 그 길은 폭넓게 열려 있다. 그의 불출마가 또 다른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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