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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데이 맘(Day Mom)’

입력
2015.01.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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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 안 된 아이를 아침부터 카트에 태우고 마트를 돌아다녀요.” 2000년대초 아파트 이웃주민의 말에 머리칼이 쭈뼛해졌다. 당시 3세 이하는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인근에 없어 보모에 맡긴 터였다. 보모는 그런 적이 없다고 펄펄 뛰었다. 얼마 후 이번엔 아이가 TV에 중독된 듯한 이상행동을 보였다. 거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후 몇 차례 보모 바꾸기를 더 했지만, 낮 시간 엄마처럼 아이를 돌봐줄 ‘데이 맘(Day Mom)’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서둘러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내놓자 대다수 보육교사의 반응이 부정적인 모양이다. “교사를 믿어줘야지요. 그렇게 하면 산만한 아이들을 CCTV가 없는 화장실로 데려가 혼내지 않을까요?” “저희도 사람이에요.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으며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시달리는데 잠깐 쉴 시간은 있어야죠.” 하지만 아동학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CCTV 설치는 불가피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올 때 집에서 생긴 상처가 없는지부터 확인한다”는 어느 보육교사의 말처럼 부모와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필요가 있다.

▦ 인생의 첫 10년, 그 중 처음 3년은 신체ㆍ정서ㆍ인지적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양육자와의 따뜻한 눈맞춤과 스킨십을 통해 생기는 친밀감과 애착관계는 자아형성과 두뇌발달의 바탕이 돼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준다. 인간의 지능이 언어 음악 등 8개 카테고리로 이뤄졌다는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 본연의 사고형태를 띠는데, 이를 고려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지도ㆍ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보육교사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하기 어렵다. 이들은 하루 11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평균 17분밖에 쉬지 못한단다. 모든 책임을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들에 대한 자질ㆍ자격 교육을 강화하면서 처우를 획기적으로 높여줘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전면적 국ㆍ공립화 추진과 함께 베테랑 교사들을 0~2세 보육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믿음만한 ‘데이 맘’을 찾을 수 없다면 아동학대 해법도, 저출산 대책도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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