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사람 별로 없고 손사래 많아…"
청문회 통과 경험에 신뢰감 축적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 판단한 듯
잘 아는 사람으로 한정 '수첩 인사'
청렴한 공직 선호 법조계 편중
"민심과는 동떨어진 인사" 평가 많아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좁은 인재 풀에 갇힌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황 후보자 지명은 ‘돌려 막기 인사’, ‘공안 검사 편애’ 등의 논란을 불렀다.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황 후보자를 택한 것은 공직 후보자로 쓸 사람이 별로 없는 청와대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처음부터 황 후보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이완구 전 총리 사퇴 이후 24일이나 뜸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란 논리에서다.
● 한정된 인재 풀 속 회전문 인사 논란
박 대통령은 민심이 기대한 화합ㆍ소통형 인사를 깜짝 발탁해 꽉 막힌 정국의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대신 황 후보자를 낙점했다. 황 후보자가 2013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데다 깊은 신뢰가 쌓여 상대적으로 안전한 카드라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러나 황 후보자 지명은 즉각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제ㆍ사회 부총리를 둔 정부 조직에서 현직 장관을 총리로 승진 기용한 것도 파격적 선택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극심한 인물난 속에 황 후보자를 차선의 선택으로 본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청와대 참모들은 총리 후보자 검증 등 인선 과정에서 “쓸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을 가르는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해 도덕성 기준이 느슨했던 고속 성장시대를 살아 온 50대 이상 인사들 중에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총리는 실권이 별로 없는 자리라고 보고 고사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등의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박 대통령이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눈을 넓게 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이 잘 아는 인사, 한 번 믿은 인사만 편하게 돌려 쓰려 하는 이른바 수첩 인사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 한 인물난이 현 정권 내내 반복되고 결국 사람을 찾다가 국정 동력을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 네 번째 법조인 출신 총리 후보자
공안 검사 출신인 황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에 취임하면 정홍원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 공안 검사 출신 총리가 된다.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됐다 낙마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판사 출신이고, 안대희 전 후보자는 검사장까지 지낸 대법관 출신이라 박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 6명 중 4명이 법조계에서 나온 기록도 남겼다. 또 황 후보자의 총리 지명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현 민정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 등의 중용이 불러 온 박 대통령의 공안 검사 편애 논란을 다시 가열시켰다.
박 대통령이 공안 검사 등 법조인 출신 총리를 선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청렴한 공직생활을 해 검증 관문을 통과하기 수월하다고 보는 데다, 법치ㆍ원칙을 중시하는 국정철학에 부합하고 사정기관 통할과 국정개혁 과제 추진 등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인재를 고르는 안목이 편향돼 있는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국정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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