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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양육비 38억 받아냈지만 70%가 미해결

입력
2016.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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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배우자 상대 협의ㆍ소송 도와

신청자 절반가량 지급 합의 얻어내

재산 조회하려면 동의 필요하고

추심 버티면 강제수단 없어 한계

서울 서초구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은 여성이 17일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 받기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서울 서초구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은 여성이 17일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 받기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경기도에 거주하는 정모(31)씨는 2014년 2월 남편과 이혼했다. 정씨는 각각 두 살과 다섯 살 아들의 양육비로 남편으로부터 월 8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그 해 9월 정씨가 교통사고로 척추가 골절되는 등 크게 다치자 남편은 연락을 끊었다. 휴대폰 번호는 정지됐고, 회사로 연락해도 ‘다른 전화번호는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니던 직장을 관둔 정씨는 견디다 못해 지난해 4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행원은 법률구조공단으로 사건을 위탁, 양육비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도록 했다. 정씨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에는‘아이를 아빠에게 넘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이행원을 통해 못 받은 양육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68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25일로 설립 1주년을 맞는 여성가족부 산하 이행원이 지난 1년 간 800건에 대해 총 38억원의 양육비를 받아낸 것으로 20일 집계됐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이행원에 양육비이행관리서비스를 신청한 건수는 총 6,496건. 2,837건이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됐고(이행 성립), 이 중 844건(38억3,648만원)이 실제로 지급됐다. 이행원은 이혼 시 합의 또는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받기로 하고도 지급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혼배우자와 협의를 중재하거나 소송을 하도록 무료로 지원한다. 이행원 관계자는 “변호사를 고용할 때 부담해야 할 비용 없이 이행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통해 법원의 결정문을 받고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면 이행원은 법원에 이행명령 신청을 하고, 다음 단계로는 감치 신청을 한다. 정홍길 이행원 추심지원팀장은 “이행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10일 간 구속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청 건수 중 절반 이상인 3,600여건이 합의가 안 돼 소송 단계로 넘어갔고, 합의된 건수 중에도 실제 지급이행은 30%밖에 안 된다는 점은 이행원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드러낸다. 정지아 이행원 이행개선팀장(변호사)은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소송으로 가게 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양육비를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지 않은 것은 이행원에 재산 조회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한 이유다. 정지아 팀장은 “현재로서는 법원을 통해 재산 조회를 하게 돼 있는데, 이행원이 자체적으로 재산 조회를 할 수 있다면 양육비를 받아내기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는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 재산 조회가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

법원 결정을 거쳐 추심이 진행되더라도 비양육자가 도망을 다니거나 막무가내로 버티면 더 이상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노지선 이행원 법률지원팀장은 “해외 사례처럼 운전 면허를 제한하거나, 여권 발급을 거부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불이익을 주는 실질적인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제외)의 이혼ㆍ미혼 한부모 가정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급한 경우는 5.6%에 그쳤다. 또한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77%는 판결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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