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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그물수비’ 월드컵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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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그물수비’ 월드컵서도 통했다!!

입력
2018.06.1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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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모로코의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이 벌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관중석이 가득 차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이란과 모로코의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이 벌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관중석이 가득 차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이란이 끈끈한 ‘그물수비’로 ‘다크호스’ 모로코를 누르고 러시아월드컵 첫 승을 따냈다.

이란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크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 B조 첫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무실점으로 버티다가 종료 직전 상대 부하두스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아시아 팀의 첫 승이다.

후반 추가시간 이란의 골이 터지는 순간, 망연자실한 모로코 팬들은 머리를 감싸 쥐었고 이란 팬들은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일제히 관중석을 박차고 일어났다.

경기는 모로코가 완전히 지배했다.

모로코는 점유율 64대36, 패스 정확도(%) 84대65 등 모든 데이터에서 이란을 앞섰다. 모로코는 슈팅을 12개 날렸고 이란은 8개, 유효슈팅도 모로코는 3개, 이란은 2개였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고 환호한 팀은 이란이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팬을 얻고, 수비를 잘 하는 팀은 승리를 얻는다’는 축구 격언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경기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본선에 오른 모로코는 어느 때보다 탄탄한 전력으로 구성됐다. 중앙수비수이자 주장 벨란다(유벤투스)를 비롯해 미드필더 암라바트(레가네스), 아민 하릿(샬케04), 하킴 지예흐(아약스)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유럽 리그 소속이다. 여기에 프랑스 출신 명장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빠르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하릿과 암라바트를 중심으로 이란을 세차게 몰아치던 모로코는 전반 18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벨란다의 슛이 이란 수비의 육탄 방어에 저지당했고 베나티아가 재차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9분 뒤에는 하릿이 상대 진영 왼쪽을 돌파해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FP 연합뉴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FP 연합뉴스

이란은 예상대로 잔뜩 웅크리다가 역습을 노렸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 4월 이란을 맡아 7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이 기간 이란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점이 적은 내실 있는 축구로 아시아를 지배했다. 한국 역시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이란과 6번 싸워 5무1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월드컵에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6승4무로 한 번도 지지 않고 1위로 본선 티켓을 땄다. 특히 본선을 결정짓고 나서 치른 시리아와 마지막 경기 전까지 9경기를 무실점 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5개국 중에서도 이란 전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이 나온다.

계속 수세에 몰리던 이란은 전반 42분 완벽한 찬스를 잡았다.

수비 지역에서 공을 가로챈 뒤 번개 같은 역습으로 ‘에이스’ 아즈문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슛을 때릴 때 자세가 불안정해 볼이 약해 골키퍼에 막혔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자한바크슈가 때렸으나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도 양상은 비슷했다.

후반 34분 모로코 지예흐가 날린 날카로운 왼발 땅볼 슈팅이 또 한 번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중반 이후 이란 선수들이 몸싸움만 했다 하면 넘어지거나 쥐가 났다는 이유로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등 ‘침대 축구’를 할 기미를 보이자 모로코 선수들과 르나르 감독은 어이없다는 듯 짜증을 냈다. 6만 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도 일제히 야유가 나왔다.

이란 선수가 쥐가 난 듯 넘어져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이란 선수가 쥐가 난 듯 넘어져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이란 선수들이 자주 시간을 끈 탓에 추가시간은 6분이나 주어졌다.

그러나 이 추가시간은 모로코가 아닌 이란을 위한 ‘럭키 타임’이었다. 이란의 프리킥이 모로코 부하두스의 머리 맞고 자기 골문으로 들어가며 격렬했던 승부는 끝이 났다.

물론 여전히 이란의 16강 진출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란의 다음 상대는 스페인(6월21일), 포르투갈(6월 26일)이다. 그러나 고국 팬들에게 한 가닥 희망은 안겼다. 반면 모로코는 이날 패배로 사실상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워졌다.

이날 경기가 벌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은 발트해 연안 크레스토프스키 섬 위에 지어졌다.

이 경기장에서는 지난 해 국제축구연맹(FIFIA)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렸고 2018 러시아월드컵 주요 경기를 비롯해 유로 2020의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도 펼쳐진다. 유로 2020은 창설 60주년을 맞아 2020년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유럽 12개국에 위치한 12개 도시서 개최된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과 F조에 속한 한국이 만약 1위를 차지하면 이곳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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