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반이민’ 호주의 자국민 추방에 뉴질랜드가 뿔났다

알림

‘반이민’ 호주의 자국민 추방에 뉴질랜드가 뿔났다

입력
2018.07.05 17:02
수정
2018.07.05 17:07
0 0
2018년 6월 호주 캔버라 의회에서 개최된 난민주간 행사에 참석한 맬컴 턴불(왼쪽) 호주 총리와 피터 더튼 호주 내무장관. 호주 내무부는 지난 4월 이민자가 수용하는 복지 혜택에 비해 더 많은 경제 성장과 세입 효과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수를 줄이는 비자 통폐합 정책을 실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6월 호주 캔버라 의회에서 개최된 난민주간 행사에 참석한 맬컴 턴불(왼쪽) 호주 총리와 피터 더튼 호주 내무장관. 호주 내무부는 지난 4월 이민자가 수용하는 복지 혜택에 비해 더 많은 경제 성장과 세입 효과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수를 줄이는 비자 통폐합 정책을 실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가 혈맹(血盟) 뉴질랜드와의 관계를 뒤틀고 있다. 오랫동안 두 나라는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고 상대국 시민에 대한 각종 복지 혜택도 자동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 호주가 뉴질랜드인 유입을 경계하고 급기야 일부는 강제 추방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호주가 2015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성향(character)’을 이유로 뉴질랜드인 1,300명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 조치했다고 전했다. 호주 내 이민 수용소에도 2015년 이래 뉴질랜드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호주 정부는 추방 조치가 “호주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심사 절차는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방자 가운데 약 60%가 뉴질랜드 토착 마오리족 혹은 태평양 섬 출신들이어서, 1973년 공식 폐지된 비백인 이민 제한 정책 즉 백호주의(白濠主義)의 영향이 되살아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뉴질랜드 일각에서는 호주의 불공정한 태도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 거주 호주인들은 도착 시부터 실업지원이나 학비 대출 등 각종 혜택을 받는데, 호주 거주 뉴질랜드인은 2001년부터 영주권도 받지 못하고 각종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접근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시민권 부여 심사도 엄격해져 호주로 이주한 뉴질랜드 태생 14만6,000명 가운데 8.4%만이 호주 시민권을 얻었다. 폴 하머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연구원은 “호주는 뉴질랜드가 아시아ㆍ태평양계 이민자들이 호주로 진입하는 우회 통로라고 보고 이를 걸러내기 위해 뉴질랜드인 이민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북서쪽 크리스마스섬의 이민자 수용 시설 모습. 호주 본토보다 인도네시아에 더 가깝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 북서쪽 크리스마스섬의 이민자 수용 시설 모습. 호주 본토보다 인도네시아에 더 가깝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차이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이민자에 대한 정서 차이와도 무관치 않다. 호주인의 이민자에 대한 반응은 최근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시드니 소재 로위국제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연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로 매년 들어오는 이주민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응답은 54%였다. 41%는 ‘호주가 모든 나라에 개방되면 국가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뉴질랜드는 반이민 흐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반이민 정서가 있지만, 표적은 주로 미국ㆍ중국 출신 부유층이다. 이들이 부동산만 매입하고 몸은 들어오지 않아 주택난을 유발한다는 여론이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인권 침해로 지탄을 받고 폐쇄된,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의 호주 역외 이민자 수용소 수용 인원을 대신 받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난민에 관대하다. 당시 호주는 이를 거절했는데, 이 수용소 난민이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으면 다시 호주로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호주는 이민자로 만들어진 나라다. 유능한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영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한 것도 1942년으로 역사가 짧고 현재도 인구 절반이 이민자 1세대 혹은 2세대다. 1970년대에는 백호주의를 버리고 아시아권 이민자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1973년에 뉴질랜드와 자유여행 조약을 맺고 입국자의 인종 제약을 없애기로 했다.

맬컴 턴불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지난 4월 이민자가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백인 이민자에 대한 우려가 늘자 같은 달에 해외 아시아인에 할당한 영주권 비자 일부를 폐지하고 뉴질랜드인과 같은 비자로 통폐합해 아시아계 영주권자 수를 제한하는 등, 점차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부활시키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