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규 기자

등록 : 2018.04.26 04:40
수정 : 2018.04.26 09:15

[단독]경유차 10%, 친환경차 등급제 적용 땐 도심 못 달려

등록 : 2018.04.26 04:40
수정 : 2018.04.26 09:15

#1

싼타페 등 10대 중 1대가 5등급

2011년 이전 확대 땐 36% 부적합

#2

정부가 ‘클린 디젤’ 권장해 놓고

소비자들 10년도 못돼 차 바꿀 판

#3

환경부 “기준 제시했을 뿐

운행제한 세부사항은 지자체 몫”

[저작권 한국일보] 경유차 김민호 기자/2018-04-25(한국일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소속 관계자들이 이달 마포구 월드컵로에서 차량의 배출가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환경부의 친환경차 등급제가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주요 경유차 열 대 중 한 대는 도심 운행에 부적합한 5등급 판정을 받게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2011년 이전 생산 경유차(유로4 기준)로 대상을 확대하면 열 대중 세 대 이상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 차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과거 온실가스가 적게 나오는 ‘클린 디젤’이라며 정부가 경유차 구입을 유도했는데, 당시 경유차를 구입한 운전자는 10년도 못 타고 차를 바꿔야 할 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유차가 배기가스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 등을 줄이는 장치는 2011년 이후 출시된 유럽 기준 ‘유로5’적용 차부터 설치됐다. 이보다 낮은 유로4가 적용된 경유차에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디젤산화촉매(DOC) 밖에 부착돼 있지 않아, 현재 생산되는 차보다 질소산화물을 7.6배 이상 더 배출한다.

이형섭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환경부는 기준을 제시할 뿐이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형편에 맞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별도로 운행제한 대상과 시행시기를 설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등급제 시행으로 당장 운행정지 조치가 발효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등급제 기준을 현재 운행 중인 경유차에 적용해보면 조만간 운행 중단 조치를 당할 경유차의 규모가 만만치 않다. 대표적 경유차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 3월 기준으로 총 93만9,767여대가 등록돼 운행 중인데, 이 중 생산된 지 15년이 넘은 차는 8만9,192대에 달한다. 9.5%가 5등급에 해당한다. 유로4 기준에 맞춰 출시된 10~15년 미만 차(24만9,030대)까지 포함하면 무려 36.0%에 이른다. 주행 중인 싼타페 열 대 중 세 대가 4ㆍ5등급이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포터(1톤 대상)는 15년 넘은 모델이 18만2,659대로, 전체의 15.1%에 달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경유차 김민호 기자/2018-04-25(한국일보)

기아차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쏘렌토도 현재 운행중인 디젤모델 64만8,525만대 중 15년 이상이 6.9%, 10~15년 미만이 20.4%다.

쌍용차 코란도(C포함)는 전체 21만9,062대 중 36.1%가 15년 넘은 차다.

4ㆍ5등급 경유차를 계속 운행하려면 별도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하지만, 원천적으로 최하위등급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03년식 싼타페의 경우 저감장치가 엔진에 필터 등 추가장치를 부착하는 배기가스후처리(DPF)장치 밖에 없다. 3등급으로 맞추려면 요소수를 넣는 선택적환원촉매(SCR)장치나 희박질소촉매(LNT)장치 등이 별도로 장착돼야 하는데, 구조변경과 높은 가격 등의 이유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쌍용차에서 생산한 경유차는 2007년 이전 차에는 저감장치가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관련 부품 제조사들이 별도의 장치를 개발하지 않아 폐차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차를 클린 디젤이라고 생산을 독려하더니, 이젠 10년도 안 된 차를 폐차하라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답답해했다.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강화에도 경유차 판매는 줄지 않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전체 등록차 중 경유차 점유율이 44.2%로 지난해 평균(44.8%)과 비슷하다. 승합ㆍ화물ㆍ특수차의 경우 대부분 엔진이 디젤인 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UV도 출력 연비 등에서 가솔린 엔진이 디젤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실을 무시한 규제는 경유차를 소유한 국민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며 “등급제로 운행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친환경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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