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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소설가 6인이 그려낸 북한, 그리고 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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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소설가 6인이 그려낸 북한, 그리고 북한 사람들

입력
2018.07.27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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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옥이 아니고, 평양 사람들은 괴물이 아니다. 북한을 다룬 소설 여섯 편을 묶은 '안녕, 평양'은 그걸 말한다. 사진은 올 봄 평양 시내 모습. 배우한 기자
평양은 지옥이 아니고, 평양 사람들은 괴물이 아니다. 북한을 다룬 소설 여섯 편을 묶은 '안녕, 평양'은 그걸 말한다. 사진은 올 봄 평양 시내 모습. 배우한 기자

사연 많은 책이다. 단편집 ‘안녕, 평양’. 솔직한 제목대로, 작가 여섯 명이 작정하고 북한을 쓴 소설 여섯 편을 묶었다. 1인 출판사 엉터리북스가 3년 전 기획했다. 작가들에게 북한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난한 존재. 작가 섭외부터 쉽지 않았다. 북한에 가 본 적 없어서, 가 봤지만 혼란스러워서 못 쓰겠다는 작가가 많았다. 북한을 가볍게만 다루려고 한 작가는 뺐다. 책 만드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내내 남북관계가 북한말로 ‘냉차’ 같았던 탓에 더 그랬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 봄이 오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오유리 엉터리북스 대표도, 작가들도 힘을 냈다. 오 대표는 26일 “해빙 무드가 없었으면 원고들이 아직도 제 책상 서랍에 잠자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비상하게 꿰뚫어 본 책은 아니다. 다 읽고도 우리는 북한을 모를 것이다. 작가들은 남과 북의 사람들을 다시, 깊이 본다. 공선옥 작가의 ‘세상에 그런 곳은’은 탈북해서 못 가진 자와 남한에서 태어났으되 그냥 못 가진 자의 이야기다. “첨으로 물어보는데, 여기는 진실로 다르지 않습네까? 다르지 않은 줄 진작에 알았으면 내 목숨 걸고 오지도 않았단 말임다.” 탈북자 준의 절규다. 자본주의 천국, 사회주의 지옥 같은 건 없으며, 세상이 지옥인 한 어딜 가도 지옥이라는 걸 깨닫지만 너무 늦었다.

안녕, 평양

성석제∙공선옥∙김태용∙정용준∙한은형∙이승민 지음

엉터리북스 발행∙232쪽∙1만2,800원

# 기획한 지 3년 만에 출간

남북관계 해빙 무드 없었다면

원고, 서랍서 잠자고 있을 것”

통일에 들뜨더라도, 우리는 분단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석제 작가의 ‘매달리다’는 그걸 환기한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명길의 삶은 짓밟히고 짓밟히다 가루가 된다. 제목은 발목, 팔목을 묶은 채로 몸통을 매달아 관절이 마디마디 끊어지는 고통을 주는 극악한 고문 방식이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삶의 희망을 가리킨다. 고문도, 삶도, 명길이 몸부림칠수록 고통스러워진다는 결말은 무참하다.

김태용 작가는 4월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소설을 새로 썼다. ‘옥미와 나’의 배경은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이루어진 2023년의 평양. 남한 신문기자인 내가 북한 과학자 옥미의 도움으로 북한 영웅 과학자 리현심을 인터뷰하는 게 줄기다. 리현심은 괴물이 아니라 “스마트하고 힙한 할머니”라는 반전. 북은 남의 거울이라는 걸 SF소설스럽게 들려 준다. 정용준 작가의 ‘나이트버스’는 남파 위장 간첩단이 비장하게 접선하기로 한 날 철없는 인디 가수 폴리가 끼어든다는, 피식 웃음 나는 이야기다. 아무 것도 모르는 폴리가 보기엔 간첩의 삶도 별 게 없다. 소설은 통일도, 평화도, 별 거 없이 그렇게 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슬쩍 내보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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