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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CBM 장착 수소탄 시험” 기어이 ‘레드라인’ 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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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CBM 장착 수소탄 시험” 기어이 ‘레드라인’ 넘는 북한

입력
2017.09.0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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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일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또 “핵무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 있는 계기”라고 덧붙였다. 이 성명을 전한 조선중앙TV 보도는 이날 낮 12시 29분께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제6차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일어난 지 3시간 만에 나왔다. 기상청 관측으로 지진 강도는 10㏏ 폭발이었던 지난해 5차 실험 때보다 5, 6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이어 ICBM 장착 수소폭탄 시험으로 사실상 미국 전역을 타격할 핵 공격 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등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 것을 경고한 ‘레드 라인’을 침범했을 수도 있다.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선언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를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반도 위기 질적으로 다른 단계 진입

북한의 핵 능력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한반도 위기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단계에 진입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핵 실험은 ICBM급 시험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중거리미사일 위협 발사에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내놓은 경고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무모한 작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운반수단을 갖춘 핵무력을 완성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의도이겠지만 국제사회가 결코 이를 용납할 리 없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기를 바라지 않지만 이렇게 북한이 미사일ㆍ핵실험을 이어 간다면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군사적 억지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전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엊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북한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한국 측이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탄두 중량을 늘려 북한 지도부의 지하 벙커 파괴력을 높이는 것은 유사시는 물론이고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억지력을 발휘할 효과적인 수단이다. 거론되고 있는 미군의 F-22, F-35B 순환 배치와 전략폭격기 B-1B의 순환 배치도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나온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국제사회가 지금보다 더 강화된 형태로 대북 제재를 논의할 필요성도 커졌다. 안보리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의 석탄, 철, 납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노동자 해외 송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더욱 강도를 높인 추가 제재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유력하다. 중국, 러시아는 반대해왔지만 2003년 북핵 위기 속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사흘 간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6자회담이 열린 전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추가 제재의 열쇠는 북한이 원유 수입의 80%를 의존하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긴급 성명을 내고 “중국은 결연히 반대함과 동시에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5차핵실험 때보다 규탄강도가 높아 “원유 중단만은 안 된다”는 기존 태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지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왔을 때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 전체 경제에 타격을 줄 강력한 수단과 미국의 대북 금융 봉쇄 조치 등에도 동의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한 석유 제품 수입을 늘리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대북 제재가 충분히 효과를 보기 위해 러시아의 공조도 필수다.

정치권 정쟁 대신 초당적으로 대처 해야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제재ㆍ압박 병행 기조를 유지하기가 한층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군사적 옵션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현실화한 북한의 핵무력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배치나 독자 핵무장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포기에 따른 역풍과 미국의 반대 등 여러 어려움에 비춰 비현실적이다. 그보다는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보다 확고히 해 북한의 핵무력을 상쇄하면서 비핵화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엄중한 시기에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민불안을 덜어줘야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 탄압을 이유로 정기국회를 전면 보이코트 하는 등 정쟁에 골몰할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도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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