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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 개콘… 90분이 지루해

입력
2015.03.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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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아닌 위기. 인기 없는 인기 프로그램. 재미있는 듯 재미없다는 힐난. 요즘 KBS2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가 듣는 평가다. 1999년 첫 방송을 탄 뒤 정상권을 지켜왔던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20%대를 자랑하던 호시절을 뒤로 하고 15% 안팎에 머물다 지난 1일 11.15%(닐슨코리아 집계)까지 내려갔다. 개콘의 약세를 눈치챈 것일까. 2000년대 개콘과 코미디 천하를 양분했던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21일부터 일요일 오후 8시45분 안방을 찾는다. 일요일 저녁으로의 7년만의 귀환이다. 웃찾사는 개콘의 위세에 밀려 2010년 폐지됐다가 2013년 부활해 금요일 심야에 방송돼 왔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왕’이었던 개콘이 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 한국일보 대중문화팀 기자 3명이 ‘삼색 까칠한 톡’을 통해 짚어본다.

● “꼭 찾아보던 프로그램” 더 이상 아냐

라제기 기자(라)=예전에는 개콘이 끝날 때 나오는 노래 ‘파트타임 러버’가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로 들렸다. 일요일 밤의 끝을 잡고 있다는 아쉬움과 함께 그래도 웃을 수 있어 좋다는 여운이 남았다. 요즘은 개콘을 아예 안 보고 일요일 밤을 보낼 때도 있다. 주변에 ‘그냥 습관적으로’ 본다는 사람도 꽤 많다. 시청률이 11% 정도밖에 안 되는데 개콘이 과연 코미디 프로그램의 왕이라고 할 수 있나.

고경석 기자(고)=경쟁 프로그램이 없어서 오히려 풀어진 듯하다. 90분의 방송시간이 너무 길다. 영화 한편에 맞먹는 시간인데 재미 없는 코너를 끼워 넣으니 보는 게 지친다. 내부경쟁을 시키고 70분 정도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

라=코너마다 말장난 개그가 대부분이라는 게 문제다. 지난 1일 방송된 ‘렛잇비’ 코너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매는 몸매라는 식의 말장난이 많았다. ‘서툰 사람들’은 아예 말장난 일색이다. ‘피스타치오’를 ‘비슷하지요’로, ‘꼬냑’을 ‘꼬막’, ‘스콘’을 ‘수건’으로 변형하는데 웃자니 스스로 좀 한심해지더라.

고=‘닭치고’는 참 재미 있었는데 최근엔 김빠진다. 간판이라 할 코너가 요즘 없다. 김준현 신보라 조윤호 등 스타급 출연자가 빠지니 힘이 없다.

라=최근 개콘이 내세우는 스타라고 해봐야 김준호뿐이다. 김지민도 요즘 존재감이 없다. 예전에 김원효가 사장으로 나왔던 ‘뿜엔터테인먼트’처럼 뿜게 만드는 코너가 사라졌다.

강은영 기자(강)=신보라는 개콘을 완전히 떠나 MBC 요리채널로 옮겼다.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김준현은 tvN의 ‘SNL 코리아’로 이적했다. 간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 개콘으로 뜨고 개콘 떠나는 개그맨들

고=웃기게도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프로그램을 떠나고 싶어한다. 조금씩 영역을 옮기고 결국 MC를 하고 싶어한다. 개그맨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스트레스만 남기 마련이다. 상당수가 종합방송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콘을 떠나려 한다.

강=김준호가 공동대표였다가 거액 횡령사건이 발생한 코코엔터테인먼트에 김지민 김영희 김원효 등 개콘 출연자 다수가 소속돼 있었다. 돈을 못 받은 출연자들이 많으니 전반적인 사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개콘 개그맨들은 개콘 무대 밖에 설 수가 없다. 횡령사건 때문에 출연료를 못 받으면 치명적이다. 촬영을 다 해도 편집돼 방송이 못 나가면 역시 출연료를 받지 못한다.

고=그래도 개그맨이 스타가 되려면 개콘 출연밖에 없다.

라=개그맨 입장에서 개콘은 이중적이다. 등용문이긴 하나 그걸 벗어나서 홀로서기가 어렵다.

강=유행어만 봐도 개콘의 약세를 알 수 있다. 예전엔 ‘고뤠~’ ‘끝!’처럼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유행어가 많이 나왔다. 요즘은 ‘몸이 아파서~’ 정도가 일부 유행하고 있다. 최근 광고에서 개콘 출연자들을 볼 수 없다. 개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표시다.

고=그래도 다양한 연령대를 끌어안는다는 점은 개콘의 경쟁력이다. ‘도찐개찐’처럼 꼬마들이 좋아할 내용을 넣고, ‘은밀하게 연애하게’처럼 한창 연애할 나이인 20대를 겨냥한다. 예전에는 정치풍자도 시도했는데 요즘엔 아예 다루려 하질 않는다. 그래서 매가리 없어 보인다. 개콘은 풍자가 들어가야 제 맛이다.

● 풍자가 없으니 유행어도 없어

라=요즘 사회풍자 코너라 해봐야 ‘렛잇비’ 정도 아닌가. 그래 봤자 직장인들 애환에만 초점을 맞춘다. ‘닭치고’는 초기엔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듯 했는데 지금은 김준호를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슬랩스틱으로 변질됐다.

강=예전엔 ‘용감한 녀석들’ 등이 풍자를 많이 했다. 풍자를 하지 않으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출연자들끼리 웃고 떠들고 끝난다. SNL코리아나 코미디빅리그가 최근 뜬 것도 풍자적인 요소 때문이다. 그래서 ‘크레이지 러브’가 아쉽다. 재벌가 부부의 왕자병 공주병 기행 정도로만 그치고 풍자로까진 못나간다.

라=외부의 직간접적 압박으로 정치풍자를 안 하다가 자기검열이 생기며 다른 사회적 이슈도 못 건드리게 된 것 같다.

고=자기검열을 하다 보면 언어유희 아니면 연애이야기 정도밖에 못한다.

라=최근 선보인 코너가 ‘왕입니다요’와 ‘나는 킬러다’ ’알포인트‘인데 반응이 그리 좋지 않다.

고=인기 있는 코너가 다 없어졌다. 이번 물갈이는 실패했다.

강=이대로 가면 10%대도 무너지지 않을까?

강=광고가 아직은 잘 팔린다. 시청층이 확고하고 타깃층이 넓다.

고=어떤 기사를 보니까 개콘 제작비가 수익에 비해서 1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방송사 입장에선 엄청난 노다지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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