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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사의표명까지 막전막후…與 최고위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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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사의표명까지 막전막후…與 최고위가 '분수령'

입력
2015.04.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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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병기 라인 재가동…페루 朴대통령에도 긴급보고

김재원이 '메신저' 역할…이총리 고심끝 사의 표명 '결단'

한·페루 정상회담 직전 朴대통령에 이총리 사의 공식 전달

사퇴의사를 밝힌 이완구 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발코니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사퇴의사를 밝힌 이완구 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발코니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20일 여권 핵심부의 물밑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 총리가 이날 오전 9시께 정부서울청사로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말없이 출근했다. 이 때만 해도 이 총리의 총리직 수행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與 최고위 '대통령 귀국전 총리 사퇴' 가닥 = '격발'은 세종로 청사가 아니라 서울 관악구에서 이뤄졌다.

오전 9시30분 서울 관악을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까지 귀결되는 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

당 지도부는 이 회의에서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귀국하는 27일까지 기다리자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꾸면서 '박 대통령 귀국전 사퇴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간에 1년간 210여차례 전화통화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 총리의 해명을 뒤엎는 주장과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면서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을 방치할 수 없다는게 여당 지도부의 일치된 인식이었다.

4·29 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이 총리 문제를 더는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고위 논의를 통해 '선(先) 사의표명 후(後) 처리' 방안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하고 이를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정리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무성, 이병기 실장에 당론 전달 = 김 대표는 최고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당의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오를 전후한 시간에 청와대에 당의 공식 의견으로 입장이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의 뜻은 이 총리에게도 전달됐다. '메신저' 역할은 이 총리가 원내대표를 지낼 때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김재원 의원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총리의 해임건의안 제출 방침을 공식화한 것도 여권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여론의 악화속에 이 총리 해임건의안에 제출되면 새누리당이 일사불란한 대오를 갖춰 이 총리를 엄호하는 것은 곤란한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

20일 오후 성남 중원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인근 상가에서 이완구 총리의 거취 문제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성남 중원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인근 상가에서 이완구 총리의 거취 문제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페루 청와대 '핫 라인'도 가동 = 서울 청와대와 페루 리마의 청와대간에도 지구 반대편을 오가는 교신이 있었다.

이병기 실장은 중남미 순방차 페루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달한 입장과 국내 동향 등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점은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사안의 긴박한 성격상 김 대표의 입장을 전달받고 바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페루 리마와 서울간의 시차는 14시간으로 박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후 10∼11시(한국 시간 정오∼1시) 정도에 국내 기류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총리, 사의 결심 굳혀 = 청와대와 당 지도부간에 긴급한 의견교환이 오가는 사이 이 총리도 본인의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까지 총리실 내에서 이 총리의 총리직 유지 전망이 많았으나 20일 오후가 되면서 '관둘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흔들림없이 국정을 챙기겠다"고 강조해온 이 총리가 20일에는 5시에 공관으로 퇴근하면서 이 총리가 '마음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리고 같은 날 자정 직후에 이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연합뉴스의 보도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첫 보도가 나오고 20여분 뒤에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을 공식 확인했다.

이 총리가 공관으로 퇴근하고 사의 표명이 확인되기까지 대략 7시간 동안 상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 시간에 새누리당의 의견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이병기 실장이 박 대통령의 뜻을 이 총리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이 보고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본인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전화하지 않고 이 실장을 통해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달했을 것이라는게 복수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총리 거취 문제가 20일 한밤중에 정리된 점을 감안할 때 이 총리 본인의 최종적인 결심과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등이 이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페루 정상회담 전후 긴박한 청와대 = 박 대통령이 머무는 페루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20일 밤늦게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 및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21일 오전께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최종적 보고를 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이 총리의 사의 표명 보고가 첫 언론 보도 이전에 이뤄졌다고 보면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 이전에 박 대통령에 보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간은 박 대통령이 한·페루 정상회담(현지시간 20일 오전 10시55분 시작·한국시간 21일 0시55분) 직전이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은 사의 표명이 알려진 지 5시간 정도 뒤에 나왔으며 한·폐루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입장은 비교적 빨리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말로 이 총리의 사퇴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 총리 자진사퇴라는 '출구'를 연 김무성 대표는 이 총리 사의표명소식을 이날 자정 무렵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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