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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은 STX 자구안 수용···지원 근거 투명하게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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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은 STX 자구안 수용···지원 근거 투명하게 공개하라

입력
2018.04.11 18: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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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STX조선 노사가 진통 끝에 합의한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11일 전격 수용했다. 제출된 자구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바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단안을 내린 것이다. 산은은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안을 검토한 결과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수용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STX조선은 법정관리 돌입 직전에 다시 한 번 회생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STX조선 사원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심적 고통을 감안할 때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STX조선 처리는 향후 한국GM 등 여타 기업 구조조정 추진에 앞서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 원칙을 굳건히 해야 할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어물쩍 매듭지어져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노사합의 직후부터 “자구안이 수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등 자구안 수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파다했다.

물론 노사 합의안은 진작 정부와 산은의 동의를 얻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노사협상 현장에 정부와 산은 관계자들이 주재하다시피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교감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신속한 합의안 수용이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러나 산은에 제출된 자구안은 당초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구조조정안과 엄연히 다르다. 원안의 핵심은 생산직 근로자 700명 가운데 500명을 감원해 생산직 인건비 75%를 감축하는 등 고정비 40%를 절감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에 들어간 채 노사협의를 벌여왔다. 결국 회사는 감원 대신 노조가 제안한 향후 5년간 인건비 60% 삭감안을 받아들였다. 구체적 삭감 방법은 △5년간 6개월씩 무급 휴직 실시 △기본급 등 임금 5% 삭감 △성과급 300% 반납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안이 산은 주장대로 당초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구조조정 수준 이상이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장의 인력감축을 회피하기 위한 연명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독자생존 능력 확보 등을 구조조정 원칙으로 천명하고, 그에 따른 한계기업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자구안의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국민은 산은의 자구안 수용 결정이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산은은 이번 자구안 수용 결정 판단의 논리와 근거, 결정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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