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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반기문 띄우기’ 자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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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반기문 띄우기’ 자중해야

입력
2016.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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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귀국 보고를 하겠다고 밝힌 뒤 새누리당의 호들갑이 유난하다.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결심이 기정사실로 거론되고,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여당 수뇌부까지 대선 기대주로 받들고 띄우는 모양새는 어색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9일 귀국 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반 총장을 만나) 지난 10년간 노고를 위로하고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인사했다”고 전한 뒤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장 대선출마 권유와 영입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를 받아 “1월 귀국은 여당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들어와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수뇌부의 이러한 반 총장 띄우기가 대망론, 대세론 확산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부 충청권 여당 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추석 민심과 관련해 “반 총장 이야기가 가는 곳마다 심심치 않게 나왔다고 들었다”며 대놓고 반 총장의 입당을 점치기도 했다.

대선을 겨냥한 당내 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야당과 달리 아직 유력한 후보가 거론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이 느낄 위기감을 모를 바 아니지만, 집권당의 자세는 야당과는 달라야 한다. 우선 여권의 조기 대선 열기가 정권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하등 보탬이 될 게 없다. 가뜩이나 실체가 불분명한 반 총장 관련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여당까지 끼어들 경우 여권 내 대선경쟁이 불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의 핵실험과 조선ㆍ해운업 사태 등 안보ㆍ경제 위기가 심각한 시국에 집권당이 잿밥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나아가 유엔 총장 임기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반 총장이나 우리 정치의 수준을 보는 해외의 곱지 않은 시선도 걱정스럽다. 그나마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얘기는 그 분이 오신 이후의 일”이라며 안보ㆍ민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위안이다.

반 총장 또한 자신의 언행이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길 바란다. 특히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유엔 규정과 관련한 논란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한결 신중해야 한다. 임기를 마치는 연말까지만이라도 유엔의 현안에 마지막까지 성의를 다하는 게 본인이나 국가의 이미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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