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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통요금 원가 공개하라”… 통신료 인하 요구 더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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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통요금 원가 공개하라”… 통신료 인하 요구 더 거세질 듯

입력
2018.04.12 17:3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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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7년만에 마침표

“상당기간 경과 영업비밀 해당 안돼”

2005~2011년 영업통계 등 공개

시민단체 “LTEㆍ5G도 공개 요구”

이통사들은 울상

기술 도입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

매년 원가보상률로 요금 책정 모순

일각 “이번 기회에 인하안 내놔야”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 산정과 관련해 사업비용과 일부 투자보수 산정근거자료 등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한 전자상가에 이통3사 로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 산정과 관련해 사업비용과 일부 투자보수 산정근거자료 등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한 전자상가에 이통3사 로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사들이 영업비밀로 비공개 중인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동통신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전파’의 공공재(모든 이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재화나 서비스)적 성격을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로 해석된다. 이동통신사에 정보를 더 공개하고 요금을 낮추라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참여연대가 구 방송통신위원회(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은 소송이 처음 제기된 지 7년 만이다. 참여연대는 2011년 당시 통신정책 주무부서인 방통위에 이통사 원가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방통위는 “통신사의 영업상 비밀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유로 거절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자료를 전부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이통사가 체결한 계약서 ▦영업보고서 중 인건비 접대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공개 대상 시기는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 2ㆍ3세대(G) 통신 서비스 기간이다.

대법원은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된다”며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할 필요성 및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정보 작성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 이동통신사들의 이익을 매우 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이통사가 공개해야 하는 영업보고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영업외손익명세 ▦영업통계명세 등 5종이지만 핵심은 ‘원가보상률’이 담겨 있는 영업통계다. 원가보상률은 일정기간 발생한 영업수익을 총괄원가(영업비용+영업외손익+투자보수)로 나눈 값이다. 즉, 원가보상률 100%는 영업비용, 투자보수 등이 영업수익으로 모두 회수가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통사 원가보상률은 매년 과기정통부가 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수치화한다.

앞서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공개됐던 2010년 당시 이통사 원가보상률은 SK텔레콤 122.9%, KT 111.6%, LG유플러스 91.3%였다. 2005년~2009년은 이통사들이 2Gㆍ3G 망에 투자한 지 최소 3, 4년이 지난 시점인 데다 LTE 상용화(2011년 7월)를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기도 전이기 때문에 원가보상률이 높을 확률이 높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00%를 상회하는 원가보상률을 근거로 들며 ‘원가보다 더 벌었으니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결에 ‘원가자료가 통신요금 산정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당장 요금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LTE, 5G에 대한 원가 공개 요구가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에 이통사들은 “원가보상률을 요금 산정의 기준으로 잡아선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2G→3G→4G(LTE)→5G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각 기술의 도입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발생하고 성숙기와 쇠퇴기를 거치며 점차 투자금을 회수해 다음 기술에 투여하는 사이클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4G 성숙기에 5G에 대한 투자가 시작되기 때문에 원가 보상과 새로운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기간이 겹친다”며 “수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5G 상용화 초기에는 원가보상률이 10% 미만일 텐데 매년 원가보상률로 요금을 책정할 경우, 요금이 월 200만원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년간 이통3사 중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타사보다 더 큰 폭으로 요금을 내릴 경우,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보다 요금이 더 싸져 독점 현상이 더 강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이통사가 이번 기회에 현실성 높은 요금 인하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 원가보상률 업무를 담당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원가보상률 계산을 업계에 유리하게 하는 편”이라며 “이통사들도 투자비 핑계만 대기보다는, 이미 쇠퇴기인 2G, 3G 서비스에도 적용하는 ‘기본료’를 없애는 등 소비자가 공감할만한 요금 인하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보상률을 기준으로 한 요금 산정 논쟁에만 매몰돼서는 시민단체도 이통사도 얻어낼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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