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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교수 "사드, 中의 공격 목표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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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교수 "사드, 中의 공격 목표 될 수도"

입력
2016.0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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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포위 견제전략의 일환

미중 충돌 땐 한반도 전쟁 가능성

朴대통령 사드 배치는 감정적 대응

北과 평화협정 전환 등 대화 필요"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가 제2 한국전쟁은 물론,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한반도문제포럼주임)는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중러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3차 세계 대전, 제2차 한국전쟁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로 사태 전개가 심상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를 돌아 보면 미중 충돌 시 그 장은 다시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면서 “대화를 통해 적대적인 관계부터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_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사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나서서 중국에 해명할 문제다. 한국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사드의 통제권은 미국에게 있다. 한국에 전시 작전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국가 안보 전략을 위협하고 이 지역의 균형을 파괴한다고 생각한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의 미사일이 무력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은 이미 도처에서 대결 국면으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사드는 중국 포위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유사시 사드가 작동하게 되면 사드가 중러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는 이동이 어려워 목표물 겨냥이 쉽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_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것으로 보나.

“동방의 발칸으로 불리는 한반도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 한국전쟁(1950년) 등은 모두 강대국들끼리 한반도에서 싸운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강대국들의 전략이 엉키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의 국가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이 바로 한반도다.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없으면 대륙의 평화와 안정도 있을 수 없다는 게 중국인의 경험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리비아나 중동처럼 중국 동북 지역은 완전히 난장판이 될 것이고 이어 중국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현 상황은 한반도 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을 하자는 나라는 없었다. 전쟁은 안 날 것이란 믿음이 컸고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전쟁 분위기는 더 고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발적 사건이 일어나 전쟁이 시작됐고 이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한미가 사상 최대 훈련을 하기로 했다.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엄청나게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북한도 사상 최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때 우발적 사건이 일어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중 갈등의 쟁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다. 현재 중국과 주변국이 갈등을 겪고 있는 그 뒤에는 모두 미국이 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주변국과 갈등을 겪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게 중국과 변두리에서 한 판 붙는 것일 수 있다. 미중이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곳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댜오위다오, 한반도 등 많다. 이중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던 곳은 한반도 밖에 없다. 한국은 마치 전쟁을 두려워하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처럼 여긴다. 북한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우발적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대화 창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전쟁 직전에도 그랬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_중국이 북한을 감싼 결과 이러한 위기가 왔다는 지적이 적잖다.

“나라마다 핵심 이익이 있듯 중국도 핵심 이익이 있다. 북한을 감싸는 게 아니라 중국의 국가 핵심 이익에 따라 중국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걸 피하려 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북한이 제2차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면 중국은 북한의 적대국으로 변하게 된다. 제1차 고난의 행군으로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수십만명의 탈북자가 중국으로 넘어왔다. 이번엔 중국 때문에 다시 또 그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두 나라의 접경은 무려 1,300여㎞다. 북한이 중국의 적대국이 되고 붕괴한다고 할 때 생길 엄청난 부담을 중국으로서는 견뎌낼 수 없다. 핵을 가진 북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적대국으로 만들 수 없다. 적대국이 된 북한의 탈북자는 더 이상 탈북자가 아닐 것이다. 얼마전 지린(吉林)성 허룽(河龍)시 등 국경 마을에서 북한 탈영병이나 탈북자가 민가에 침입, 강도와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북중 관계가 그런 상황이 되면 동북진흥(노후 제조업이 밀집해 성장이 저조한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계획)부터 무너질 것이다. ‘두 개의 100년 목표’(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중진국 샤오캉 사회 건설,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선진국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목표)도 지장을 받게 된다.”

_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국정 연설은 어떻게 봤나.

“소름이 끼쳤다. 박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건 중국이 바라는 게 아니다. 중국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망하면 한국도 온전할 수 없다. 북한 인민들이 모두 한국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북한 인민군 100만명 중 99만명이 투항하고 1만명만 게릴라전을 펼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중 일부가 서울에서 폭탄 몇 개만 터트려도 외국 자본은 다 빠져나갈 것이다. 시리아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지금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중국 일각에선 3차 세계대전, 제2차 한국전쟁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사태 전개가 심상치 않다. 지금 중국 경제 어렵다. 만약 주변 환경까지 악화하며 이에 대응해야 하면 여기에서 발전 멈출 수 있다. 그럼 한국 경제는 더 위험해 질 것이다. 북한의 3차 핵 실험 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도 분노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시 주석의 말 한마디는 중국의 대북 정책 그 자체가 된다. 박 대통령이 사드를 느닷없이 들고 나온 것은 감정적인 대응이다. 사드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다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내 놓은 같은데 타이밍을 잘 못 맞추었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북한이 바라는 게 바로 북핵 정국이 사드 정국으로 전환하고 한중, 미중 갈등 국면으로 가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_중국이 원하는 해결책은.

“북핵 문제는 이미 북핵을 초월해 미중 갈등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북핵의 본질은 냉전 이후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북한의 생존 전략이 맞물렸다는 데 있다. 북한은 냉전이 종식되고 균형을 이루던 힘이 무너지자 핵무기로 이를 메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핵에 매달리는 이유이다. 미국은 이러한 북핵을 아시아 전략에 이용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북미수교, 평화협정체결, 안전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적절한 긴장만 조성하고 있다. 북한이란 적대국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게 미국 전략이다. 북핵의 위협을 풀려면 먼저 적대 관계부터 풀어야만 한다. 북핵이 한미에 위협이 되는 것도 한미가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가 꼭 필요하다. 억압이나 제재뿐 아니라 북한에서 뭘 요구하는지도 들어봐야 한다. 최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비핵화와 함께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 전환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건 이런 맥락이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핵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중지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나아가 핵 포기와 평화협정 전환을 맞바꾸는 것이다. 핵 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해서 모든 책임을 북한에게만 돌리고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만 나무라는 방식으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_앞으로 북중 관계는?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영향을 받았고 유엔 안보리 제재 실시되면 악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이어질 것이다. 유엔 제재 밖의 협력도 계속될 것이다. 사실 2013년 북한의 3차 핵 실험 후 북중 관계는 더 최악이었다. 그러나 북중 관계의 악화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에 긍정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다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10월 방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4차 핵 실험 후 중국의 대북 태도가 3차 때보다 강경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글ㆍ사진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진징이 교수는 1953년 중국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시에서 태어났다. 2001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학 지역문제연구소와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국중앙연구원 등에서도 연구 활동을 벌였다. 근현대 한반도 국제관계사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문가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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