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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내치 전권” 이원집정부제 구상…‘대통령 2선 후퇴 없다’는 靑 기류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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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내치 전권” 이원집정부제 구상…‘대통령 2선 후퇴 없다’는 靑 기류와 엇박자

입력
2016.1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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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후보자 밑그림 삐걱

金, 거국내각 등 수용 의도

朴대통령 수사엔 소신 발언

“여야와 상설협의기구 설치”

개각 등 정책 방향 설정도

靑 “내치ㆍ외치 말한 적 없다”

정국 주도권 의지 안 버린 듯”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내정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내정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국정 혼란을 수습할 방안으로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부각시키며 이원집정부제식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제시했으나 청와대의 기류와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내각 구성 등 야권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야권 설득에 나섰으나, 정작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전면적으로 내주는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가 정국 주도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 후보자가 이날 밝힌 국정 운영 방식은 경제와 사회 등 내치 분야에서 총리가 전권을 발휘하면서 상설협의 기구를 통해 여야와 전폭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게 골자다. 향후 개각에서도 여야 정당과 협의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야 정당의 추천을 받아 경제 사회 분야 장관들을 임명하고, 여야 정책 협의 채널을 가동해 정부 입법안이나 정책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김 총리는 이를 위해 “내각 각료 임명 제청권과 해임권 등 헌법 상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현행 대통령중심제 국정운영 방식의 대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이는 그가 개헌의 방향으로 제시한 이원집정부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치(內治)는 내각제적 요소를 반영해 총리와 여야가 협치를 하고,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구조다. 김 총리는 앞서 한 토론회에서 최순실 파문으로 야기된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회가 총리를 선출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시험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에는 야권이 그간 요구해왔던 박근혜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수용해 야권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새누리당도 이날 논평에서 “책임 총리를 통한 대통령의 2선 후퇴가 핵심으로 야당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2선 후퇴나 국회의 협조를 구하지 않았고, 김 후보자의 구상이 현행 헌법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가 자신의 공언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하는 식의 구분이 현행 헌법에서 가능하지 않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치, 외치 문제는 청와대에서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나 ‘내치 대통령’이라는 표현에는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통해 책임 총리나 거국 중립내각의 ‘취지’만 수용할 뿐, 국정에서 손을 뗄 생각은 없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 추천을 받지 않고 총리를 지명해 첫 단추부터 거국내각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 조치를 취한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김 후보자의 눈물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민에게 내치, 외치 분담이니 내각책임제 실험 운운하면서 애써 자신의 인선 경위를 설명하는 모습은 오로지 대통령을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보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을 위한 무대 위의 광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자신의 총리직 수락을 두고 쏟아진 비난 여론을 의식해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나 국정 교과서, 개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 등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은 것도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로 총리직을 수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명절차 과정 문제로 (야권의 반발이) 더 그런 것 같다”며 “저 역시 유감스럽다”며 청와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가 여당과도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국회가 자신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순순히 용퇴하겠다는 뜻도 밝혀,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송용창기자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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