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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청의 산재책임 강화, ‘위험 외주화’ 끊는 출발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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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청의 산재책임 강화, ‘위험 외주화’ 끊는 출발점 되길

입력
2017.08.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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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이 발표됐다. 17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의결된 대책은 산업재해 발생 때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유해ㆍ위험성이 높은 14개 작업의 도급은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콜센터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와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산업안전보건의 날’기념식에서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다”며 세부방안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이번 대책은 주로 하청업체에 책임을 지웠던 산업안전 정책을 원청업체와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일반화하면서 하청노동자들에게 산재가 집중돼 왔던 터다. 실제 최근 5년간 주요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 사망자 245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212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산재 사망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산재대책이 노동계 등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대표에게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작업중지요청권’의 경우 2014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 형식적으론 포함됐었다. 하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이 권리를 이용하는 하청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노동자대표에게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망재해 발생시 최고경영자에게 독자적인 형사책임을 묻거나 가중처벌토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검토할 만하다. 산업현장에선 원청과 하청 직원에게 지급되는 보호구조차 차별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청노동자 차별금지도 재해를 예방하는 수단임에 분명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로, 다시 재하청업체로 연결되는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공사기한에 쫓긴 무리한 공정진행과 위험천만한 혼재 작업을 유발하는 요인이 바로 이런 다단계 하청고용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관련 법을 내년 하반기에 개정해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한시가 급하다.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사항은 조속히 시행에 옮겨야 한다. 이번 대책이 보다 실효가 있으려면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현장 상황을 세심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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