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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수상, 노벨상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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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수상, 노벨상 스캔들

입력
2014.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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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영예 넘어 국격의 징표" 세계 주목 속 6일부터 발표

로비·정치 바람에 뜻밖의 인물도, 최근 10년간 뒷말·비아냥 난무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10월이 되면 세계의 눈은 어김없이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향한다. 올해는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 화학 평화 경제학 문학의 6개 부문 수상자가 순차 발표된다. 최고 권위를 지닌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영예는 물론 한 나라의 국력이자 국격으로 통한다. 노벨상에 목말라 하는 것은 세계 각국이 다르지 않다. 특별예산을 투입하고 현지 대사관에 담당관까지 두기도 한다. 그래서 철저한 비밀주의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선정은 종종 경쟁으로, 집착으로, 스캔들로 번진다. 세계의 노벨상 열병은 올해만 해도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평화상 로비,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수상을 막기 위한 역로비 의혹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상을 노린다던데, 요즘은 노벨상을 아무에게나 주니 가능한 일이다”고 반 농담조로 말했다. *관련기사 면

노벨상 시즌은 한국에게는 우울한 시기다. 국가별 노벨상 수상자 집계에서 중국보다 뒤지고 일본에는 1명 대 19명으로 한참을 뒤처졌다. 올해는 톰슨로이터가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과, 찰스 리 서울대 의대 석좌 초빙교수를 각각 화학상과 생리의학상 후보군에 올려 기대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년 노벨상 소외감이 반복되면서 수상거부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지 대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들은 그 동안 정치권력의 욕심으로 노벨상 수상을 위한 ‘로비성 홍보’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노벨상 소외가 그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학상 후보에 자주 거론된 고은 시인은 과도한 홍보 탓에 노벨상 심사위원들의 반감을 산 상태라고 전직 외교관들은 전했다. 특히 2000년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 스캔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해온 김기삼 전 국정원 직원이 미국 언론인 도널드 커크와 함께 당시 정부 비밀문서가 담긴 영문판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어 파장도 예상된다.

노벨상은 과거에도 정치적 수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가 5번 후보에 오르고도 영국과 마찰을 원치 않은 노르웨이 입김으로 매번 탈락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벨상 스캔들은 최근 더욱 빈번해져, 지난 10년 간 문제되지 않은 경우가 손에 꼽힌다. 작년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평화상을 타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누가 문제 많은 평화상을 받겠느냐. 차라리 오슬로(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외면 받은 게 명예롭다”고 꼬집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은 앞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라며 미리 준 ‘선불 노벨상’으로, 2002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수상은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던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2012년 중국의 친정부 인사 모옌(莫言)이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는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사가 수상할 정도로 노벨상이 부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0년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劉曉波)가 평화상을 받아 중국 정부 심기가 뒤틀렸던 것과도 묘한 대조를 이뤘다.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스웨덴 당국은 노벨위원들의 뇌물 향응 의혹을 수사하고, 평화상 선정 적절성에 대해 공개 조사를 벌이기까지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노벨상은 로비와 정치바람을 타는 일종의 줄타기인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수상에 공을 들이기 보다 기초체력을 양성하다가 유력 후보가 나오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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