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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도 믿을 수 없게 만든 정부의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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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도 믿을 수 없게 만든 정부의 무능

입력
2017.08.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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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무능의 극치를 보여 줬다. 국회와 감사원, 소비자단체의 잇따른 경고를 무시한 채 ‘안전하다’고 공언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파동이 불거졌고 처리과정도 엉망이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날림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들 웬일로 신속한 조사와 뒤처리가 이루어지나 했다. 그런데 전수조사 과정에서 일일이 농장을 방문해 무작위 샘플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농가에서 골라주는 계란을 수거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을 대표가 각 농가에 마을회관으로 계란 한 판씩을 들고 오라고 한 뒤, 공무원이 한꺼번에 수거해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농가가 마음만 먹으면 살충제를 뿌리지 않은 이웃 농장에서 가져다 계란을 제출해도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일부 농장에서는 공무원 출입을 거부하며 시료 채취를 방해했다. 이 정도라면 전수조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아 시중에 출시되고 있는 계란조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친환경인증 방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17일 현재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 60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전국 1,456곳 산란계 농가 중 50%를 넘는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인증농가 10곳 중 1곳 가까이 살충제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수십여 개의 민간인증기관은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친환경인증을 남발했다. 농가는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 지원을 받기 위해 친환경 인증에 목을 맨다. 비싼 돈 내고 엉터리 친환경 딱지가 붙은 계란을 사먹는 소비자들만 속은 셈이다.

주무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농식품부는 생산단계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단계를 담당한다. 농식품부는 농축산업의 진흥이, 식약처는 규제를 통한 안전관리가 목표다. 지향점이 다르니 이견과 충돌이 많다. 이번 사태에서도 집계와 발표가 제 각각이어서 혼란을 키웠다.

몰염치한 일부 농가의 도덕적 해이도 질타받아 마땅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밀집사육 방식이다. 인간의 탐욕이 고안해 낸 공장형 밀집사육이 파동의 시발점이다. 생산성과 이윤만을 고집하는 잔인한 사육방식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유사 사건의 재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도 건강을 위해 좀 더 비싼 계란을 구매할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는 18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다지만 솔직히 믿음이 안 간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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