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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진신사리 모신 적멸보궁 가볼까

입력
2016.05.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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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대신 빈 불단, 빈 창문 너머로 부처님을 만나는 공간인 적멸보궁. 정암사 적멸보궁의 창문 너머엔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있다.
불상 대신 빈 불단, 빈 창문 너머로 부처님을 만나는 공간인 적멸보궁. 정암사 적멸보궁의 창문 너머엔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있다.

올해는 부처님이 세상이 오신 지 2560년이 되는 해다. 부처님오신날(14일)을 앞두고 불상 대신 빈 방석과 빈 창문으로, 또 잔잔한 수면으로 내 마음 속의 부처님을 맞는 공간들을 안내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을 적멸보궁이라 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가서 도를 닦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정골(머리뼈)와 치아, 불사리 100과를 받아왔다고 한다.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 등이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모신 국내 5대 적멸보궁이라 불린다.

적멸(寂滅)이란 세상의 모든 번뇌와 집착이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육신의 고통이 사라지고 번뇌의 불이 완전히 꺼진 열반의 경지가 그것이다. 적멸보궁은 법당이지만 불상이 없다. 부처님을 직접 대면하는 곳이라 불상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불단의 빈 공간에서 부처님의 뜻을 스스로 헤아려보자.

통도사의 적멸보궁은 대웅전이다. 통도사의 상징이기도 한 금강계단(스님들이 계를 받는 곳) 앞에 사면이 모두 정면처럼 보이는 대웅전 건물이 있다. 건물 사면에 모두 다른 현판을 걸었다. 남쪽에 금강계단, 동쪽엔 대웅전, 서쪽엔 대방광전, 북쪽에는 적멸보궁 현판이 걸려 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안치한 곳은 금강계단 한가운데의 불사리탑이다.

정암사 수마노탑.
정암사 수마노탑.

정암사 적멸보궁의 빈 창문은 산기슭에 세워진 수마노탑을 바라본다. 쭉쭉 뻗은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탑은 회색·녹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얇은 판석들을 쌓아 올린 9m 높이의 7층 모전탑이다. 적멸보궁 옆엔 자장율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향나무가 있다.

역시나 빈 창문이 뚫린 봉정암에는 사리를 모신 봉정암 오층석탑이 있다. 높이 3.6m인 이 탑은 국내 석탑 중 가장 높은데 조성된 탑으로 기단부를 생략하고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고 있다.

상원사의 적멸보궁은 아담한 정면 세 칸짜리 건물과 그 뒤에 세워진 작은 사리탑으로 이뤄져 있다. 적멸보궁 가는 숲길에 용안수라는 샘이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씻으면 눈이 맑아진다는 우물이다.

법흥사의 적멸보궁 너머엔 진신사리를 모신 탑이 없다. 이곳에서 수도하던 자장율사는 진신사리를 사자산 연화봉 깎아지른 벼랑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사람과 들짐승은 닿기 힘든, 오로지 바람만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적멸보궁 창 너머로 보이는 건 사자산 연화봉의 아득한 풍경이다. 비어있음이 큰 울림을 주는 공간. 적멸보궁에선 빈 방석, 빈 창문이 부처님이다.

윤필암 사불전.
윤필암 사불전.

경북 문경의 대승사에 딸린 윤필암에도 불상이 없는 법당이 있다. 관음전 앞마당을 지나 벼랑에 서 있는 사불전이다. 커다란 유리창을 내고 사면에 부처가 깃든 사불바위를 모신 법당이다. 법당 안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면 사불바위를 우러를 수 있다. 윤필암은 20여명의 여승들이 수도하고 있는 비구니 참선도량이다.

경북 울진의 불영사 연못엔 늘 부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신라 때 의상스님이 사나운 독룡들을 다스리고 이곳에 절을 지었는데 다섯 분의 부처가 나타나 불사를 축하했다고 한다. 이때 연못에 부처의 모습이 비쳐 절 이름이 불영사가 됐다. 서산마루 법회를 여는 듯한 부처님 모양의 바위가 늘 연못에 비친다. 불영사 연못은 그 자체로 법당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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